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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 小國을 小人이 다스리면 벌어지는 일 -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 관리자
  • 20.03.09
  • 112


조선일보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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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라 다스리는 지도자는 큰 나라에 맞설 용기, 생존을 위한 현명함이 필요하다

돌림병이 돌 때 의로운 판단은 그걸 막는 것… 지금 뭐가 중한지 묻고 싶다


우한시 크기는 서울의 14배나 된다. 중국 인구는 우리의 28배다.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8 만명이면 중국 인구의 2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작은 도시 하나가 통째로 감염되는 수준이다. 감염자가 늘수록 우리는 더 위험하다. 숨을 곳도, 감염자를 격리할 넓은 땅도 없는 우리가 의존할 거라곤 외출 자제와 손바닥만 한 마스크가 고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아픔이 곧 우리의 아픔'이라고 했을 때, 어울리지도 적합하지도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대개 누구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고 할 때에는 우리가 더 큰 쪽에 속할 때 하는 표현이다. 우리는 위치로 보나 크기로 보나 중국을 끌어안을 수 없다. 호기 넘치게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하겠다고 서두를 때는 만용이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다. 우리 인구 전체가 쓸 마스크를 전부 중국에 보내도 중국의 한 성(省)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과거 트럼프와 통화하면서 "남북 경협은 우리가 맡겠다"고 큰소리칠 때도 느낌은 비슷했다. 남한의 반쪽조차 끌어안지 못하는 대통령이 북한 경제까지 맡겠다니, 천 원짜리 마스크 한 장 국민에게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실력으로 과도한 자신감이다. 북한은 남한보다 영토가 넓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없는 핵무기가 있다. 누가 누굴 맡겠다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다. 주변에는 이 작은 땅을 한때 탐냈거나 현재 탐내는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다. 지도(地圖)가 위대한 발명품인 것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와 크기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작아도 약하지 않은 나라로 가꿔올 수 있었던 것은 지도를 읽을 줄 아는 선각자와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시장으로 개척하고, 자유국과 우방을 구축해 힘의 균형을 유지한 건 선택 문제가 아니라 소국(小國)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요즘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외교부 장관은 국제기구에서 세련된 국제 매너와 영어를 익힌 재목이라고 들었다. 그 장관은 지금 자기가 유럽 어느 나라 장관쯤인 줄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국민 안전이 제일 우선이지만 다른 사안도 고려할 점이 있다"고 했고,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WHO(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국제사회 동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국제기구 직원 같은 말만 했다. 대통령은 마음이 북한에 가 있고, 외교부 장관은 아직도 국제기구를 헤매고 있다. 그 사이 우리나라는 인구당 확진자가 중국을 앞서고 전 세계 100여 나라가 입국을 거부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되었다.


작은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에겐 꼭 필요한 덕목이 있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안으로 통합해야 하고, 작기 때문에 밖으로는 당당해야 한다. 큰 나라에 맞설 용기가 필요하며, 생존을 위한 결단과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애국심이 필수다. 작은 나라가 강해지려면 도의적 기반이 필수다. 고(故) 이한빈 선생은 '의(義)는 나라를 영화롭게 한다'는 잠언을 인용, 우리보다 훨씬 작은 스위스가 적십자 운동 같은 박애 사상으로 선한 이미지를 쌓은 것처럼 나라의 국제적 이미지는 도의적 기초에서 나온다고 했다. 요즘 우리나라는 이 모든 게 실종된 느낌이다.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말로 '군자는 의로움[義]에서 깨치고, 소인은 이익[利]에서 깨친다'는 말이 있다. 돌림병이 돌 때 의로운 판단은 그걸 막는 것이지,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 근심이 있다'는 말도 있다. 이때 멀리 내다본다는 것은 국가와 공적인 차원을 뜻한다. 국가의 명운보다 눈앞의 선거에 영혼을 빼앗긴 정치인은 모두 소인배다. 군자는 또 말은 어눌하지만 일은 민첩하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 반면 소인은 말만 번드르르하고 일할 줄 모른다. 천문학적 세금을 거둬놓고 마스크 한 장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정부는 소인배와 진배없다.


그동안 나는 문재인 정부가 자기 지지층만 챙긴다고 생각해 왔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그 생각을 수정하게 되었다. 지지층의 생명과 안전을 금쪽같이 여겼다면 본능처럼 중국발(發) 입국을 제한하거나 뭔가 강력한 조치를 했을지 모른다. 본심은 위기 때 나오는 법이니까. 국민을 지키겠다는 절박함을 WHO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지금 정부에 소중한 건 지지층도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뭐가 중한지,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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