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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오염된 여론조사 -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

  • 관리자
  • 20.04.07
  • 362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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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정치 여론조사가 시작된 것은 1985년이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민정당 부설 연구소 부소장 시절 처음 시도했다. 방식은 가가호호 방문. 12대 총선 때는 지역구별로 500명씩 샘플을 뽑아 면접원을 내려 보냈는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하루 8명만 조사토록 했다. 면접원이 실제 방문했는지 재확인하는 절차도 있었다고 한다. 응답률이 무려 90%대에 달했다. 87년 대선, 88년 총선까지 이런 식으로 조사했는데 들인 비용만큼이나 정확도가 높았다.

▶정치 여론조사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본격 불거진 것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다. 유력 여론조사 회사 회장을 지낸 인사가 이명박 캠프에 합류하면서 여론조사 지형이 MB에게 유리해졌다는 얘기가 많았다. 박근혜 캠프는 입만 열면 여론조사에 대해 불평했다. 실제 경선 결과도 선거인단에선 이겼는데 여론조사에서 지면서 승부가 갈렸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론조사를 '과학'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여론조사 업무에 종사하다 현장 정치에 뛰어든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YS 시절 김현철 여론조사팀 소속 여러 인사가 이후 정계에 뛰어들었고, 박근혜 정부 때는 여론조사 전문가가 청와대 대변인에 기용됐다. 지난 총선 민주당에선 여론조사 회사를 경영하던 인사가 공천위 핵심이었다. 그의 손에서 나온 조사 결과가 심사 자료로 활용돼 '막후 실세'로 불렸다.

▶여론조사가 현실을 반영 못 한다는 지적을 하면 종사자들은 샘플링의 한계를 얘기한다.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에 집 전화를 주요 표본으로 하는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응답률 5%짜리 조사가 제대로 나오겠냐고도 한다. 하지만 기법 한계만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종사자들의 공정성에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리얼미터 전 본부장이 친문 인사들이 만드는 조국백서 필자로 이름 올렸다가 내렸다. 본인은 "원래 거절했다"지만 정치 성향이 완연한 일에 여론조사 담당자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것만으로도 공정성이 의심받기엔 충분하다. 이 회사 여론조사는 이 정부 들어 중앙여론조사심의위로부터 7번의 심의 조치를 받았다. 조사학회 윤리강령에는 조사자는 연구를 가장해 정치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아는 이도 별로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론조사 종사자가 마음만 먹으면 결과를 왜곡할 방법은 수십 가지라고 한다. 여론조사 수치 위로 정치 편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3/20200223016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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