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사업

HOME > 공론사업 > 블로그

블로그

이한우의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 以事讀易’ 〈4〉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 관리자
  • 20.02.19
  • 107


월간조선 2020년 1월호

기사 원문보기




⊙ 둔괘, “陰과 陽이 서로 만나기는 했으나 감괘에 막혀 진괘가 나아가지 못하는 형세”
⊙ 공자, “귀한 몸으로서 낮은 사람에게 몸을 낮추니[下賤] 크게 백성(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
⊙ 사공계자, “안이 둔괘요 밖이 예괘인 것은 나라를 얻는 괘”

이한우
1961년생.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同 대학원 철학과 석사,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사 과정 수료 / 前 《조선일보》 문화부장, 단국대 인문아카데미 주임교수 역임
  황교안(黃敎安)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정치현장에 복귀했다. 많은 이가 지난호에 이낙연(李洛淵) 총리의 대선가도(大選街道) 전망을 다뤘으니 이제 황교안 대표를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다음 대선까지 2년여 남은 시점에서 황 대표의 대권(大權) 전망을 짚는 일은 자칫 허망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역(周易)》은 단순한 명운(命運)에 관한 지침서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며 자신의 모자란 점들을 갖추고 안 좋은 점들을 덜어내는 수양서(修養書)라는 점에서 얼마든지 황 대표에게 도움말을 줄 수 있다. 그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황 대표는 여권 후보군이 아무래도 현직 대통령을 의식해 몸을 사려야 하는 것과 달리 명시적으로 대권을 지향한다고 밝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과연 황 대표의 운세를 어떻게 《주역》으로 읽어낼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본인이 자신에게 딱 해당하는 괘(卦) 안의 효(爻)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사[爻辭・주공(周公)의 효 풀이]를 깊이 음미해 자신의 진로 성패(成敗)를 읽어내는 것이다. 둘째는 필자와 같은 제3자가 황 대표의 자질과 다움[德], 행적을 짚어가며 그에 가장 근접한 효(爻)를 찾아내 그에 담긴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첫째 접근 방법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으니 여기서 다룰 수는 없다. 다만, 역사 속에서 이런 방법을 써서 효험을 본 사례를 찾아내 일단은 그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그것은 황 대표 문제를 떠나 과거 중국 역사 속에 점(占)으로서 《주역》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임금이 될 수 있는 운세가 무엇인지 봄으로써 대권 가도에 필요한 것들을 보완해갈 수도 있다.
 
 
  晉 文公, 임금에 오르기 전에 점을 쳐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과 더불어 좌구명(左丘明)이 찬술한 춘추시대 양대 역사서 《국어(國語)》 진(晉)나라 이야기[晉語]편에는 나라 밖으로 쫓겨나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던 공자(公子) 중이(重耳・훗날의 문공)가 마침내 진(秦)나라 목공(穆公)의 도움을 받아 자기 나라로 돌아가려 하면서 《주역》 점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공자(公子・중이)가 직접 시초(蓍草)로 점을 치고서 이렇게 말했다.
 
  “진(晉)나라를 갖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시초란 옛날에 점치는 데 쓰던 풀을 말하는데, 그 전통은 오래전에 끊어져 전하지 않는다. 그것을 대신해 서죽(筮竹・점치는 대)을 쓰기도 하는데 둘 다 숫자로 점을 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중이가 임금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점을 쳤다는 것이다. 그 결과 ‘둔괘의 내괘[貞屯 ☵☳]’와 ‘예괘의 외괘[悔豫 ☳☷]’가 모두 팔(八)인 것을 얻었다. 이에 대해서는 약간의 풀이가 필요하다. 《주역》을 풀 때 안[內=下]을 정(貞)이라고 하고 밖[外=上]을 회(悔)라고 한다. 진괘(☳)가 아래에 감괘(☵)가 위에 있는 것이 둔괘(屯卦 ☵☳)이고, 곤괘(☷)가 아래에 진괘(☳)가 위에 있는 것이 예괘(豫卦 ☳☷)이다. 이 두 괘를 얻었는데 진괘(☳)가 둔괘(屯卦 ☵☳)에서 정(貞)이고 예괘(豫卦 ☳☷)에서 회(悔)였다는 말이다. 팔(八)은 진괘(☳)의 두 음효가 정에 있고 회에 있어 모두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모두 팔(八)이라고 했으니 효가 무위(無爲)하는 것이다.
 
  사상(四象)으로 다시 풀자면 태양(太陽)은 건(乾 ☰)과 태(兌 ☱), 태음(太陰)은 곤(坤 ☷)과 간(艮 ☶)으로 각각 구(九)와 육(六)이라 부르며 움직일 수 있는 반면에 소음(少陰)은 이(離 ☲)와 진(震 ☳), 소양(少陽)은 손(巽 ☴)과 감(坎 ☵)으로 각각 팔(八)과 칠(七)이라 부르며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둘 다 팔(八)이라고 했으니 (막혀서)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 된 것이다.
 
 
  ‘侯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利建侯]’
 
  이제 점괘가 나왔으니 이를 풀어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던 사람을 당시에 ‘서사(筮史)’라고 했는데, 여러 서사가 모두 이렇게 해석했다.
 
  “불길합니다. 꽉 막혀서 통할 수가 없습니다[閉而不通]. 팔(八)이라는 효(爻)는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다[無爲]는 뜻입니다.”
 
  그런데 줄곧 다른 나라를 떠돌면서도 공자 중이를 보좌한 사공계자(司空季子)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았다.
 
  “길합니다. 《주역》에서는 두 괘 모두 ‘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利建侯]’라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풀이가 있어야 한다. ‘후를 세운다’는 것은 곧 ‘새롭게 임금을 세운다’는 뜻인데, 그래야만 혼란상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서사들과 사공계자는 어떻게 같은 괘를 두고서 이처럼 다른 해석을 한 것일까? 서사들은 괘에 담겨 있는 수학적 의미에 주목한 반면 사공계자는 괘와 효에 대한 문왕(文王)과 주공(周公)의 풀이에 주목했다. 그것이 이처럼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공계자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까닭은 《주역》의 괘사(卦辭・문왕 지음)와 효사(爻辭・주공 지음)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주역》 전체를 통틀어 ‘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利建侯]’라는 점사(占辭)는 딱 세 번 나오는데 두 개는 둔괘(屯卦・혹은 준괘)의 괘사와 효사에, 그리고 나머지 한 개는 예괘(豫卦)의 괘사에 나온다. 하나씩 짚어보자. 그것은 꼭 황 대표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후를 세워 혼란을 극복할 때의 상황이나 처방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에 이어지는 세 번째 괘 둔괘(屯卦 ☵☳)에 대해 전체적으로 주(周)나라 문왕은 이렇게 풀이했다.
 
  “둔(屯)은 원형(元亨)하고 이정(利貞)하다. 함부로 일을 행하는 바가 있어서는 안 되며 후(侯)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
 
  대성괘 둔(屯)괘(☵☳)는 소성괘 감(坎)괘(☵)와 진(震)괘(☳)가 위아래에 있어 만들어진 괘다. 이를 살피기에 앞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설괘전(說卦傳)에 있는 팔괘(八卦)의 기본 성질을 상기해보자.
 
  “우레[雷=震]로 움직이게 하고, 바람[風=巽]으로 흩어지게 하고, 비[雨=水=坎]로 윤택하게 하고, 해[日=火=離]로써 따뜻하게 하고[煊], 간(艮・산)으로 오래 머물게 하고[止=久], 태(兌-못)로써 기쁘게 하고[悅], 건(乾・하늘)으로 임금 노릇을 하고, 곤(坤・땅)으로 간직한다[藏].”
 
  둔괘의 경우 위에 감괘(坎卦)가 있으니 비나 구름이나 물이 있는 것이고, 아래에 진괘(震卦)가 있으니 우레가 쳐서 진동하는 것이다. 감(坎)은 또 구덩이, 함정, 험난함 등을 뜻한다. 아래에서 움직여 올라가려 하지만 위에서 막혀 올라가지 못한다. 진괘는 양(陽), 감괘는 음(陰)이다. 음과 양이 서로 만나기는 했으나 감괘에 막혀 진괘가 나아가지 못하는 형세다.
 
 
  둔괘, “이제 막 어렵사리 생겨남”
 
  이처럼 ‘음과 양이 서로 만나기는 했으나 감괘에 막혀 진괘가 나아가지 못하는 형세’가 바로 둔괘(屯卦)의 모습이다. 이제 서괘전(序卦傳)의 도움을 받아보자.
 
  “하늘과 땅이 있게 된 다음에 만물이 생겨나고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한 것[盈]은 오직 만물이다. 그래서 하늘과 땅의 뒤를 둔괘(屯卦)로 받았다. 둔(屯)이란 가득한 것[盈]이고, 둔이란 사물이나 일[物=事]이 처음 생겨나는 것[始生]이다.”
 
  하늘과 땅은 각각 건위천(乾爲天)괘(☰☰)와 곤위지(坤爲地)괘(☷☷)를 말했다. 이 글에 따르면 하늘과 땅이 생기고 처음 생겨난 것이 둔(屯)괘(☵☳)다. 어째서인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한 만물을 상징하는 것이 둔(屯)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사물이 처음 생겨남[始生]이기 때문에 둔(屯)이라고 했다. 그러면 하늘과 땅에 가득한 만물과 사물이 처음 생겨남을 왜 둔(屯)이라고 한 것일까?
 
  실마리는 글자의 모양에 있다. 왼손 좌(屮) 위에 땅을 나타내는 일(一) 자가 얹혀 있으니 풀의 싹이 이제 막 돋아나려는 모양이고, 그래서 ‘어렵다, 힘들다’는 뜻도 생겨나고 ‘태초(太初)’의 의미도 갖게 된다. 만물이 아무리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찼다 해도 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같이 처음 생겨나는 고통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결국 둔괘(屯卦)의 핵심 의미는 가득한 것[盈]보다는 이제 막 어렵사리 생겨남[始生]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둔괘(屯卦)가 처음 생겨남[始生]을 나타낸 것은 음(陰)의 감괘와 양(陽)의 진괘가 만난 것에서 볼 수 있다. 또 가득함은 막혀 있음[塞]과 통한다. 그래서 우레와 구름이 만났는데도 비를 내리지 못한다. 일로 보면 힘차게 노력하는데도 일이 풀리지 않음을 뜻한다. 반면에 음의 감괘와 양의 진괘가 위아래를 바꾸게 되면 해(解)괘(☳☵)가 되는데, 이는 음과 양이 서로 감응해 비가 내리게 된다. 험난했던 어려움이 풀리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음은 속성상 내려가려 하고 양은 올라가려 한다. 그래서 서로 접촉을 갖고 섞이며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킨다. 둔괘(屯卦)의 경우 양이 아래에 있고 음이 위에 있으니 일단은 상호작용은 일어난다. 그러나 그 작용이 미약해 결국은 비를 내리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반면에 비(否)괘(☰☷)는 위아래가 각기 방향을 달리하기 때문에 전혀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정리하자면 둔괘(屯卦)란 일을 크게 시작했으나 큰 어려움에 막혀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을 나타낸다.
 
 
  구름과 우레
 
  이제 문왕의 단사(彖辭), 즉 ‘둔(屯)은 원형(元亨)하고 이정(利貞)하다. 함부로 일을 행하는 바가 있어서는 안 되며 후(侯)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에 대한 공자의 풀이[彖傳]를 살펴볼 차례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단전(彖傳)은 단왈(彖曰)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은 생략하고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겠다.
 
  “둔(屯)은 굳셈과 부드러움[剛柔. 註·이는 각각 진괘와 감괘를 가리킨다]이 처음으로 사귀었으나 어려움[難]이 생겨나[註·주희(朱熹)가 말했다. “처음으로 사귀었다는 것은 (아래의) 진(震)을 가리키고 어려움이 생겨났다는 것은 (위의) 감(坎)을 가리킨다”] 험난함[險=坎] 속에서 움직인다[動=震]. 크게 형통할 수 있지만[大亨=元亨] 반듯해야 하는 것[貞]은 우레와 비의 움직임이 (온 세상에) 가득 차 있기[滿盈] 때문이다[註·그러나 가득 차 있을 뿐 아직 비가 내리지는 않고 있다]. 세상의 조화[天造=時運=天運]가 처음에 어두운 때[草昧=荒昏. 註·‘처음에’는 진(震)에서 왔고 ‘어두운 때’는 감(坎)에서 왔다]에는 마땅히 후(侯)를 세우되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不寧].”
 
  《주역》에서 필자가 제왕학(帝王學) 관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대상전(大象傳)이라는 것이다. 이는 384개의 효가 아니라 64개의 괘에 대해 공자가 직접 그 의미를 풀이한 것이다. 따라서 방금 보았던 괘사에 대한 공자의 풀이인 단전과는 별개의 글이다. 거의 유일하게 공자 자신의 《주역》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기서 공자는 말한다.
 
  “구름과 우레가 둔(屯)(이 드러난 모습)이니 군자는 그것을 갖고서[以] (천하를) 경륜(經綸)한다.”
 
  감(坎)은 수(水)이니 비, 얼음, 구름이 다 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굳이 구름이라고 했다. 이는 비를 이루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 점 때문에 둔(屯)이라고 했으니 무엇보다 그 어려움을 지적함과 동시에 그 어려움은 얼마든지 군자가 하기에 따라 구제할 수 있는 것임을 말한 것이다.
 
  이는 중국 사상에 전통적인 선비의 ‘우환의식(憂患意識)’과도 연결된다. 오늘날의 말로 하면 시대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이때 우환이란 사사로운 근심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에 대한 무한한 책임의식과도 통한다. 결국 황 대표가 대권을 향해 나아감에 있어 첫 번째 관건은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가장 중대한 문제를 곧 자기 문제로 체화(體化)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정치적 수사(修辭)가 약한 편인 황 대표가 단식 중에 한 말 중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라는 말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크게 백성을 얻게 된다’
 
  두 번째는 둔괘의 맨 아래 양효[初九]에 대한 주공의 풀이다.
 
  “(둔괘의) 초구(初九)는 주저하고 머뭇거림[磐桓]이니 반듯함에 머무는 것[居貞]이 이롭고 후(侯)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반듯함[貞]이다. 주공(周公)의 효사(爻辭)를 공자가 풀어낸 것을 소상전(小象傳)이라 하는데, 이 말을 공자는 과연 어떻게 구체화하는가?
 
  공자는 “(초구는) 비록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있지만[磐桓] 뜻은 바른 일을 행하려는 데[行正] 있다. 귀한 몸으로서 낮은 사람에게 몸을 낮추니[下賤] 크게 백성(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大得民也]”라고 풀었다.
 
  주공의 효사와 비교해볼 경우 ‘주저하고 머뭇거림이니’라는 부분을 조금 적극적으로 풀어내 ‘비록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있지만 뜻은 바른 일을 행하려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서 ‘반듯함에 머무는 것이 이롭고’를 좀 더 구체화해서 ‘귀한 몸으로서 낮은 사람에게 몸을 낮추니’라고 풀어냈다.
 
  그리고 ‘후(侯)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를 ‘크게 백성(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라고 풀었다.
 
  공자는 문왕(文王)의 단사에 대한 풀이에서 후를 세우는[建侯] 문제를 언급한 때문인지 여기서는 그냥 ‘귀한 몸으로서 낮은 사람에게 몸을 낮추니 크게 백성(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고 했다. 이는 후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 방책을 제시한 것이다.
 
  중국은 진(秦)나라 말기의 혼란한 와중에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이 소하(蕭何)나 장량(張良)의 도움을 받은 것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을 세운 이성계(李成桂)가 조준(趙浚)이나 정도전(鄭道傳)의 도움을 받은 것이 비슷한 사례다. 세조(世祖)가 한명회(韓明澮)의 도움을 이끌어낸 것도 이런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지금 많은 이가 황 대표에게 아쉬워하는 대목도 이 지점이다. 자신을 좀 더 낮춰 더 많은 이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동시에 최고의 책사(策士)를 찾아내야 한다. 최근 외부 인사 영입을 둘러싼 논란도 실은 이 두 가지가 황 대표의 약점임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셋째는 예괘(豫卦)에 대한 문왕의 단사다.
 
  “예(豫)는 후(侯)를 세우고 군사를 출동하는 것이 이롭다.”
 
 
  “굳셈이 호응해 뜻이 실행된다”
 
  대성괘 예(豫)괘(☳☷)는 소성괘 진(震)괘(☳)와 곤(坤)괘(☷)가 위아래에 있어 만들어진 괘다. 설괘전(說卦傳)에 따르면 ‘우레[雷=震]로 움직이게 하고’, ‘곤(坤-땅)으로 간직한다’고 했다. 여기서의 예(豫)는 ‘미리’라는 뜻보다는 ‘즐겁다, 기쁘다, 편안하다’는 뜻이다.
 
  이를 공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낸다.
 
  “예(豫)는 굳셈[剛-양효]이 (다른 모든 음효에) 호응해 뜻이 실행되고 고분고분함으로써 움직이는 것[順以動]이니 즐거움[豫]이다. 즐거움이란 고분고분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하늘과 땅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후(侯)를 세우고 군사를 출동하는 것에 있어서이겠는가? 하늘과 땅은 고분고분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해와 달이 어긋남이 없고[不過=不違] 사계절이 한 치의 오차도 없다[不忒]. (이와 마찬가지로) 빼어난 이[聖人]도 고분고분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형벌은 맑게 집행되어 백성들이 복종한다. 예(豫)의 때와 마땅함[時義=時宜]은 크도다!”
 
  둔괘(屯卦)와 비교하자면 예괘(豫卦)는 주변 여건이 매우 무르익은 상황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재 황 대표의 처지는 그런 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예괘보다는 둔괘에 가깝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공자의 풀이를 짚어보자.
 
  예(豫)괘(☳☷)는 구사(九四)만이 양효이고 나머지는 모두 음효다. 공자는 예괘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구사로 삼았다. 참고로 구사(九四)는 재상에 해당하는 효다. 황 대표는 이미 재상, 즉 총리를 지냈으니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다.
 
  “굳셈[剛-양효]이 (다른 모든 음효에) 호응해 뜻이 실행된다.”
 
  그런데 그 실행 또한 ‘고분고분함으로써 움직이는 것[順以動]’이라고 했다. 즉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이치에 고분고분하면서[順理] 일을 풀어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분고분함은 땅[地]에서 온 것이고 움직임은 우레[雷]에서 온 것이다. 그러니 후를 세워주고 군사를 출동시키는 중요한 일 또한 순조롭게 진행된다. 백성들이 기뻐하지 않고서는 둘 다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백성들이 힘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 따르는 것[心服]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고분고분함[順]’인가 하는 것이다. 《논어》 자로(子路)편이다.
 
  “윗사람이 마땅함을 좋아하면[好義] 백성들 중에 감히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다.”
 
  ‘마땅함’이란 곧 순리에 따라 일을 풀어가는 것이다. 이어서 하늘과 땅의 고분고분한 움직임을 말한 다음에 그것을 세상사에 적용해 후를 세우고 군사를 출동시키는 일의 마땅함을 이야기했고, 이어서 빼어난 이가 일을 하는 방식 또한 고분고분하게 진행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렇게 되면 형벌이 바르게 돼 백성들은 모두 마음속에서 우러나 복종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豫)의 때와 마땅함’을 찬미했다. 그만큼 때와 마땅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 또한 마땅히 황 대표가 깊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때를 잃고 마땅함을 잃으면 아무리 반듯하고 바르게 처신하고 고분고분하게 일을 처리한다 해도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둔괘와 예괘에 대한 사공계자의 풀이
 
  다시 《국어》 진나라 이야기[晉語] 속으로 돌아가보자. 사공계자의 말이다.
 
  “(일의 순서로 보아) 진나라를 (먼저) 차지해 왕실(王室-천자)을 보좌하지 않고서야 어찌 능히 제후를 세울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점에서 얻고자 했던 바가 ‘진(晉)나라를 갖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것이었는데, 점이 우리에게 고해주기를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면서 나라를 얻는 데[得國] 힘쓰라는 것이니 길함이 이보다 클 수 있겠습니까?
 
  진(震 ☳)은 (앞으로 나아가는) 수레, 감(坎 ☵)은 물, 곤(坤 ☷)은 땅, 둔(屯)은 두터움[厚], 예(豫)는 즐거움[樂]입니다. (이를 풀이하면) 수레의 대열이 내외에 우렁차고, 고분고분하게[順以] 일깨워주며, 샘의 근원이 충분히 물을 공급해주고, 흙이 두꺼워 거기에서 나는 보배들을 즐긴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진나라를 차지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렇게 될 수 있겠습니까?
 
  진(震)은 우레(雷)이며 수레[車]이고, 감(坎)은 노(勞-수고로움)이며 물(水)이며 무리[衆]입니다. 우레와 수레를 주관하고 물과 무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수레에 떨침[震]이 있으니 이는 무(武)이고 무리를 짓되 고분고분하니[衆而順] 이는 문(文)입니다. 문무(文武)가 갖춰져 있으니 두터움이 지극한 것입니다. 그래서 두텁다는 의미에서 둔(屯)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 단사[繇=彖辭]에서 말하기를 ‘둔(屯)은 원형(元亨)하고 이정(利貞)하다. 함부로 일을 행하는 바가 있어서는 안 되며 후(侯)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元亨利貞 勿用有攸往 利建侯]고 했는데, 진뢰(震雷)를 주관하고 있으니 이는 장(長)이요 그래서 ‘원(元)’이라 한 것이고, 무리를 짓되 고분고분하니 이는 가(嘉-아름다움)요 그래서 ‘형(亨)’이라 한 것이며, 안에 진뢰(震雷)가 있어 그래서 ‘이정(利貞)’이라 한 것입니다.
 
  수레가 위에서 달리고 물이 아래에서 흐르니 틀림없이 패자(覇者)가 될 것입니다. 작은 일은 성공할 수 없으니 이는 막히기 때문[壅]입니다. 그래서 말하기를 ‘함부로 일을 행하는 바가 있어서는 안 되며’라고 한 것이며, 이는 사내대장부가 혼자 일을 하려 하는 것입니다. 무리가 고분고분 따르고 무위(武威)가 있으니 그래서 말하기를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利建侯]’라고 한 것입니다.
 
  곤(坤)은 어머니이며 진(震)은 장남(長男)입니다. 어머니는 늙고 아들은 건장하니 그래서 ‘예(豫)’라고 한 것입니다. 그 단사에서 ‘후(侯)를 세우고 군사를 출동하는 것이 이롭다’라고 한 것은 평소에는 즐거이 지내다가 정벌에 나설 때는 위엄이 있어야 함을 말한 것입니다. 이처럼 안이 둔괘요 밖이 예괘인 것은 나라를 얻는 괘입니다.”
 
  그 후 왕위에 오르게 되는 중이, 즉 진문공(晉文公)에 대해 역사가 전하는 행적이다.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으로 이름은 중이(重耳)다. 헌공(獻公)의 둘째 아들이다. 아버지가 총희(寵姬) 여희(驪姬)의 참소를 믿고 태자 신생(申生)을 죽이자, 망명하여 19년 동안 떠돌았다. 헌공을 이은 혜공(惠公)이 죽고 다시 회공(懷公)이 뒤를 이었지만 민심을 얻지 못했다. 마침내 진(秦) 목공(穆公)의 도움으로 귀국해서 즉위했다. 호언(狐偃)과 조쇠(趙衰), 선진(先軫) 등 뛰어난 신하를 등용해 난국을 수습하고 국력을 강화시켰다. 주(周) 왕실의 왕자 대(帶)의 반란을 평정하고 양왕(襄王)을 맞아 복위시키면서 존왕(尊王)을 호소해 왕실의 위신을 세웠다. 성복(城濮)전투에서 초(楚)·진(陳)·채(蔡) 3국의 군대를 대파하고, 천토(踐土)에서 제후들과 회합해 패주(覇主)로 자리매김했다. 제환공(齊桓公)에 이어 두 번째로 제후의 맹주(盟主)가 됐다.
 
 
  황교안이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현대 민주정치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전근대든 근대든 공통적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한 가지다. 공자가 말한 ‘관즉득중(寬則得衆)’이다. 반듯함[貞]에 강점이 있는 황교안 대표가 약한 부분은 아무래도 이 문제다.
 
  그가 대중의 마음을 아직 크게 얻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관(寬), 즉 너그러움과 품어 안음[容]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주역》에서 너그러움을 발휘하는 지혜를 담고 있는 괘는 무엇일까? 해괘(解卦 ☳☵)가 그것이다. 우연찮게도 해괘는 상하의 소성괘가 둔괘(屯卦 ☵☳)의 위아래와 바뀌어 있다.
 
  곧바로 문왕의 단사(彖辭), 즉 ‘해(解)는 서남쪽이 이로우니 갈 필요가 없다. 이에 와서 회복하는 것이 길하니 가는 바가 있으면 일찍[夙] 가는 것이 (그나마) 길하다’에 대한 공자의 풀이[彖傳]를 살펴보자.
 
  “해(解)는 험한 데서 움직이니[險以動] 움직여서 위험을 벗어나는 것이 해(解)다. ‘해(解)는 서남쪽이 이로우니’라고 한 것은 가서 무리를 얻는다는 것이요 ‘이에 와서 회복하는 것이 길하니’라는 것은 마침내 가운데를 얻음[得中]이며, ‘가는 바가 있으면 일찍 가는 것이 (그나마) 길하다’는 것은 가게 될 경우 공로가 있다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풀려서[解] 우레와 비가 일어나고, 우레와 비가 일어나서 온갖 과실나무와 초목이 모두 싹을 틔워 열리니 풀려남의 때[時]가 크도다!”
 
  ‘풀려난다’는 것은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서남은 곤(坤)의 방위이기 때문에 땅처럼 순조롭고 평탄하다. 그래서 ‘해(解)는 서남쪽이 이로우니’라는 말은 너그러움과 화합으로 정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말이다. 《논어》 양화(陽貨)편에서 공자는 “너그러우면 무리를 얻는다[寬則得衆]”라고 했다. 바로 그 말이다. 문왕이 ‘갈 필요가 없다’고 한 말은 이렇게만 한다면 더 이상 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이어서 ‘이에 와서 회복하는 것이 길하니’라는 것은 ‘마침내 가운데를 얻음[得中]이며’라고 풀이했다. 어려움이 제거됐으니 이제 바른 정치를 펴야 한다, 그 점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가는 바가 있으면 일찍 가는 것이 (그나마) 길하다’는 것은 ‘가게 될 경우에 공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서둘러야 한다. 숙(夙)이라는 말이 그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다. 이제 서둘지 않는다면 다시 소인들이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괘 바로 앞에 있는) 건괘(蹇卦)의 때에는 참고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해괘(解卦)에서는 떨쳐 일어나 서둘지는 않되 신속하게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하나씩 체계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무엇일까?
 
  공자가 직접 해괘(解卦)를 총평한 대상전(大象傳)이다.
 
  “우레와 비가 일어나는 것이 해(解)(가 드러난 모습)이니 군자는 그것을 갖고서 허물이 있는 자를 용서하고 죄가 있는 자를 사면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황 대표가 이 말을 깊이 음미하기 바란다.


게시판 목록
[이한우의 간신열전] [29] 석회 가루 뒤집어쓴 돼지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금요광장] 선거의 세계 - 전지현 변호사
[이한우의 간신열전] [28] 중상모략의 뿌리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以事讀易] <7> 코로나 사태 만난 정세균 총리, “호랑이 꼬리를 밟았으나 두려워하면 끝내는 길하다”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김경록의 욜로은퇴] 유전자 검사 체험기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은퇴와 투자] 기적의 해 (Annus Mirabilis)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장훈 칼럼니스트의 눈] 감시 권위주의, 서구 포퓰리즘의 표류, 그리고 한국모델 -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이한우의 간신열전] [27] 투합구용 (偸合苟容)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의 간신열전] [26] 간신의 특기, 참소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의 간신열전] [25] 웃음 속에 칼을 숨긴 '인간 고양이'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Column [朝鮮칼럼 The Column] 성난 얼굴로 투표하라 -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김경록의 욜로은퇴] 잘 웃을 수 있는 네 가지 방법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칼럼] 코로나19 경제대책의 방향에 대해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기업총수 처벌'이 '뇌물구태 단절' 大義보다 중요한가 - 전지현 변호사 기고
[금요광장] 더불어민주당의 변론 기술 - 전지현 변호사
[이한우의 간신열전] [24] 군주를 시동(尸童) 취급한 양국충 출처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以事讀易] <6> 추미애 법무부 장관. ‘쥐새끼와 같으니 반듯하면 위태롭다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의 간신열전] [23]구밀복검(口蜜腹劍)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비대칭 행복 곡선 -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이한우의 간신열전] [22] 무혜비와 이임보의 결탁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