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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젊은이 같은 구석이 있는 노인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관리자
  • 20.02.14
  • 110


뉴스1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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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전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노년에 관하여(천병희 번역)>라는 책에서 ‘젊은이 같은 구석이 있는 노인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년이 되면 생긴다는 불평 네 가지를 언급하며 한 말입니다. 위의 말 뜻을 알려면 먼저 노년의 불평 네 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 네 가지는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우리 몸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며, 쾌락이 거의 없어지며, 죽음이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것입니다. 키케로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노년이 되면 역할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적합한 일의 종류를 찾고 노년에도 자신을 개발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몸은 젊은이에 비해 허약하지만 정신력으로 할 수 있는 노년의 활동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배에서 물 퍼내는 일은 못하지만 키 잡는 것은 할 수 있다는 거죠. 최고 회의체를 원로원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노년에도 열성과 관심이 계속 남아 있기를 노력해야 합니다. 노인들이 잘 까먹는다고 하지만 보물을 숨겨 둔 장소를 까먹지는 않을 거니까요(옛날에는 전쟁이 많다 보니 보물을 밭에 숨겨 놓은 경우가 있어서 이런 비유가 나온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알고 있는 지식에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훈련하면 됩니다. 키케로는 낮에 듣고 배운 것을 저녁에 마음속에 떠올려 본다고 합니다.

둘째, 노년에 몸이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과다하게 허약해지는 건 노년의 약점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쁜 건강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불쑥 화를 잘 내는 게 노년의 일반적 특징이 아니라 경솔한 노인의 특징이며 성격상의 결함이라고 보았습니다. 적당한 운동을 하고, 체력을 강화하는 음식을 섭취하고, 특히 마음과 정신을 돌보아야 합니다. 정신은 활동을 함으로써 가벼워지니 노년에도 적당한 활동을 멈추지 말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노년에도 훈련과 절제를 통해 이전의 체력을 상당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미식축구 슈퍼볼 하프타임에 제니퍼 로페즈가 나와서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불태웠는데요 나이가 만 51세입니다. 함께 나온 한 명의 여성도 나이가 43세입니다. 이들은 거의 30대 초반처럼 무대를 뛰어다녔습니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훈련과 절제를 하면 이전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키케로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셋째, 감각적 쾌락을 누릴 수 없다고 하는데 감각적 쾌락의 추구는 젊은이의 가장 약점이니 이에서 벗어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봅니다. 욕망이 지배하면 자제력이 없어지고 범죄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플라톤은 쾌락이 죄악의 미끼라고 표현했습니다. 키케로는 한 집정관이 갈리아 지방에서 재직할 때 여자의 부탁을 듣고 죄수를 연회석상에서 목을 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그는 7년 뒤 원로원에서 제명됩니다.

그렇다고 쾌락을 노년에 완전히 누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연회에서 많은 술을 마시고 즐길 수는 없지만 대신 친구들과의 만남과 대화에서 즐거움을 찾습니다. 공연은 앞줄 관객에게 즐거움을 가장 많이 주지만 맨 뒤 관객에게도 나름의 즐거움을 주듯이 노인은 멀리서 보는 것도 나름의 쾌감을 누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자신에게로 돌아가 공부를 하면서 얻는 정신적 쾌락은 노년이 주는 축복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년에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죽음에 대해서 키케로는 관점을 달리 보기를 요청합니다. 젊은이는 앞으로 여러 사건들을 극복하고 오래 살아야 하는데 노년은 이미 오래 살았으니 그것만으로 다행스러운 입장입니다. 세간에서 말하는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라는 말이 단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노년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불행하게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합니다. 우선 노년의 죽음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젊은이의 죽음은 거센 불길에 물을 붓는 것이지만 노년의 죽음은 불이 다 타서 스스로 꺼지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젊은이들에게는 폭력이 삶을 종식시키지만 노인은 완숙의 끝이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두번째 관점은 영혼불멸입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집에 신주를 모셔 놓은 게 몸은 사라졌지만 혼은 함께 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덜 저항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혼이 없다면요? 키케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혼이 불멸하지 않더라도 나는 있다고 믿고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요.

키케로는 노년의 네 가지 불평은 부당하며 ‘하기 나름’이라고 말합니다. 판단력과 호기심 근면을 갖고 체력을 강하게 하고 공부하면서 그 시절에 맞는 즐거움을 찾으면 노년과 젊은 시절은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노년이 자신을 방어하고, 제 권리를 지키고,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제 영역을 지배한다면 노년은 존경스러운 것이다. 나는 노인 같은 구석이 있는 젊은이를 좋아하듯, 젊은이 같은 구석이 있는 노인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키케로는 63세에 부하들에게 암살됩니다. 삶의 불확실은 이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생후반 삶을 ‘젊은이 같은 구석이 있는 시니어’로 살아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노년이면 찾아 오는 불평을 없애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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