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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인구혁명 시대의 부동산 -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 관리자
  • 20.01.23
  • 120


중앙일보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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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시장과 자산시장 디커플링

경제 체력이 따라주지 못해

부동산 버블 꺼지면 노후 빈곤

돈의 배분 바꿔 글로벌자산 늘려야


고령화가 이끄는 인구혁명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미국 연준(Fed) 의장을 지냈던 그린스펀은 2007년 자서전에서 ‘세계가 은퇴한다’고 했다. 고령화 문제는 일본과 유럽에서 극적으로 전개되고 이어서 우리나라와 중국이 겪게 된다. 인구혁명의 격랑 속에는 위험과 기회가 뒤섞여 있다. 이런 때일수록 뒤섞임 속에 있는 힘의 흐름을 포착하는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고령화의 특징은 상품시장과 자산시장의 괴리다. 생산가능인구가 고령 인구로 넘어가면 장기적으로 노동력 감소로 생산이 축소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수요 부족이다. 늘어난 수명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저축이 증가하면서 1995~2018년 동안 우리나라 실질금리가 3%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축적한 돈은 부동산·주식 등의 자산에 대한 수요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상품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자산시장에서 자산 수요가 증가한다. 소비와 경제성장이 둔화하지만 주택가격과 주가와 같은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상품시장과 자산시장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일어난다. 
   
부동산에 포박된 우리나라는 이 과정이 부동산시장에 집중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로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 조달비용이 낮아지고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 부동산은 주로 차입하여 구입하므로 축적된 돈에 차입한 돈이 가세하여 부동산으로 집중된다.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금리가 0%에 가까워지면 임대수입이라는 현금흐름을 금리로 할인한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높아지기도 하는 등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이러다 보니 단순히 상대 부동산 가격과의 비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 
   
문제는 경제 펀더멘탈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만 호황을 누리는 디커플링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는 돈의 흐름이 약해지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이대로 두면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커지고 붕괴하는 과정에서 성장잠재력 훼손뿐 아니라 베이비부머들의 노후가 불안정해진다. 이들이 부동산에 탑승했다가 버블이 꺼지면서 노후빈곤에 빠질 걸 상상하면 오싹해진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인구 구조는 그 위험을 배가시킨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층이 두텁다. 1차(1955~1963)와 2차(1968~1974) 베이비부머로 나뉘는데, 다른 나라들이 단봉낙타 모양의 분포라면 우리는 쌍봉낙타 모양이다. 정확하게는 코끼리의 등 모양과 유사하다. 장기간에 걸쳐 분포해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더디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1955년생이 만 65세에 접어들지만 베이비부머의 끝인 1974년생은 이제 46세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차 베이비부머의 고령화 영향이 덜 나타난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이러한 착시(illusion)에 빠져 있다. 하지만 코끼리 등 모양의 인구분포는 시간이 흘러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되면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다. 대비할 시간을 주는 반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파국을 맞아야 한다. 
   
해법은 돈의 배분을 바꾸어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과 글로벌자산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당국도 신기술산업의 규제 완화를 통해 이 부문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게 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데 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산 배분은 적어도 5년 앞을 보아야 한다.   
   
글로벌 시야로 보면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나라들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할 동안 세계 인구는 30년 동안 20억 명이 증가한다. 선진국의 연금 수령자들은 부동산이 아닌 젊은 국가와 글로벌 자산에 투자해 노후 지출에 충당하고 있음을 주목하자. 
   
손자병법에 ‘전쟁에서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戰勝不復)’는 말이 있다. 다가온 인구혁명 시대의 생존전략은 지금까지 성공 요인이었던 부동산 자산을 재배분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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