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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9] 지록위마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 관리자
  • 19.12.11
  • 188




중국사에서 조고(趙高)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대간(大奸)이다. 우리에게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즉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했다는 사자성어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원래 그는 환관이면서도 옥사(獄事)와 관련된 법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였다. 법가(法家)를 중시했던 진시황(秦始皇)은 조고를 크게 신임했다. 조고가 형법을 쓰는 원칙은 각심(刻深)이었다. 각(刻)이란 법조문을 얇게 벗겨 내듯이 세세하게 쪼개는 것이고, 심(深)이란 악랄하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진시황이 죽고 2세 황제가 즉위하자 조고는 2세 황제에게 말했다. "법을 엄격하게 해 형벌을 혹독하게 시행하고, 죄인은 서로 연좌시켜 대신과 황실 사람들을 주멸해야 합니다."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감(資治通鑑)'에 따르면 실제로 공자(公子) 12명이 수도인 함양(咸陽)의 저잣거리에서 주륙(誅戮)됐고 공주 10명이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황실 사람들이 이 정도였으니 일반 백성도 여차하면 법망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사마광의 말이다. "백성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는 자는 뛰어난 관리였고, 사람을 많이 죽이는 관리는 충신이라 하니 형벌을 받은 자가 길에 반쯤은 됐다."

이 모든 것을 주도한 인물이 조고다. 2세 황제 재위 2년째(기원전 207년) 이사(李斯)를 비롯한 걸림돌을 거의 제거한 조고는 승상에 올랐고 드디어 찬탈(簒奪)을 꿈꾼다. 다만 신하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이듬해 조고는 2세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고서 말했다. "말입니다."

2세가 말했다. "승상이 틀렸소, 사슴을 말이라고 하시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은 입을 다물고 어떤 사람은 말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사슴이라고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한 사람들을 몰래 법으로 처리했다. 이후 조고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다 사라졌다. 2세는 홀로 고립됐다. 같은 해 진나라는 망하고 2세와 조고 모두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지록위마, 황당하다 여겼는데 요즘 이곳에선 다시 생생해지고 있어 정리해 보았다.


조선일보 2019/12/11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0/2019121003442.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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