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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안보외교 전면 전환 급하다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관리자
  • 19.11.27
  • 133


문화일보 2019/11/25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12501073111000005&mobile=false


지난 8월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조건부로 유예됐다. 늦게나마 올바른 선택을 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발표된 합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말이 조건부지, 결국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판결의 외교적 해법과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 해제를 함께 풀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간의 당당했던 목소리만큼 체감되는 실망감도 크다. 정부는 외교 승리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이게 승리라면 앞으로 더 할까 봐 걱정이다.


반성해야 할 일이 많다. 근시안적인 외교 행보, 무능하거나 침묵하는 참모진, 외교 포퓰리즘 등 심각한 문제들이 내재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앞을 봐야 할 때다. 지난 90일간의 지소미아 소동을 극복해야 한다. 손상된 한·미 관계를 회복하고 주변국 외교를 다시 정비해 급변하는 역내 질서 속에서 생존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가장 시급한 일은 외교정책 방향을 새롭게 리셋(re-set)하는 일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의 외교정책을 돌아보면 북한과 포퓰리즘만 보인다.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나 북핵 위협, 한·미 동맹, 한·중 관계, 한·일 관계 등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외교 문제에서 뭐 하나 나아진 게 없다. 외교적 성과가 없으니 공허한 말의 성찬만 남는다. 이래선 안 된다.


우선,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번복했지만, 그사이 한·미 관계는 큰 상처를 입었다.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워싱턴은 의문을 품고 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일탈해 북한이나 중국 편으로 가려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이나 중국과 관련한 한·미 동맹 이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하려 한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하고 논리적인 근거를 들며 설득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튼튼히 해야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마련된다.


주변국 외교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먼저 한반도 문제와 관련,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섣불리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을 추진하다가 한·중 관계 복원의 좋은 기회를 놓쳐 버렸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해 한·중 관계도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예방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12월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이끌어낼 지략을 짜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강제징용 판결의 외교적 해결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우리 원칙에 따라 해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일본이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면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도 풀린다. 한·미 동맹의 복원은 이러한 우리의 행보에 힘이 돼 줄 것이다.


오늘부터 이틀 동안 부산에서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우리 경제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중요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외교가 아세안부터 출발할 수는 없다. 한·미 동맹과 주변국 문제, 그리고 이를 통해 북한 문제를 올바로 푼 후에야 아세안 외교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번복 과정에서 나왔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국익을 실현하기 위한 외교정책을 리셋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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