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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초당적 ‘가짜뉴스 대책’ 화급하다 -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관리자
  • 19.11.20
  • 12


문화일보 2019/11/19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1&aid=0002408713 



온라인 악용한 허위정보 급증

국가 중대 사안에 잘못된 영향

이제는 민주주의 위협할 수준

내년 총선 앞두고 폭증할 조짐

실효성 담보할 긴급 행동 필요

자유 - 규제 균형 공감대 이뤄야


소셜미디어 시대에 가짜뉴스(fake news)의 폐해가 커지면서 그 대처 방안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가짜뉴스는 원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를 의미하지만, 요즘에는 유튜브와 SNS 등 온라인에 유포되는 시사성 허위 정보까지 포함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가짜뉴스 문제는 최근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오래전부터 루머, 헛소문, 유언비어, 지라시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했다. 양지에서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어 은밀히 전해지던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 시대에 대폭발한 것이다. 지금은 누군가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면 바로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시대다. 그러니 누군가 목적이 있다면 허위 정보라도 이런 파급력을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유튜브 같은 곳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유포될수록 경제적 이익도 커진다. 그 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가짜뉴스가 국가의 중대 사안에 결정적 영향을 준 사례는 많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낙선을 불러온 장남 병역 비리 의혹은 결국 가짜뉴스였고, 2008년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을 재협상하게 만든 ‘뇌송송 구멍탁’ 광우병 괴담도 가짜뉴스였다. 최근에는 조국 사태와 관련한 가짜뉴스 논란도 많았다. 외국의 경우,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이슬람 난민 대거 유입설’ 같은 가짜뉴스가 여론을 왜곡해 집합적 의사결정을 변질시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같은 해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가짜뉴스가 대거 유포돼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기여했다. 이런 이유로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

탈진실 시대에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敵)으로 지목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 마리야 가브리엘의 표현을 빌리면 ‘가짜뉴스는 민주사회의 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어감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 정부 지도자들도 그간 가짜뉴스의 폐해를 지적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를 ‘공동체 파괴범’이자 ‘민주주의 교란범’으로 규정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주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기회 닿을 때마다 가짜뉴스 문제를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는 저널리즘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언론의 공정성과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며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무언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지금까지 논의된 가짜뉴스 대책으로는 언론의 팩트체크 활성화와 미래 수용자 세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가 유력하다. 두 방안 중 팩트체크는 온라인 가짜뉴스에 대한 예방적 효과가 약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장기적 대책으로 당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형법상 금지된 콘텐츠를 플랫폼 사업자가 삭제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NetzDG)’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달 2일 발효된 싱가포르의 ‘온라인 허위와 조작으로부터의 보호법(POFMA)’에 주목하는 이도 있다. ‘가짜뉴스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정부가 허위로 판단한 정보를 올린 개인이나 기업에 해당 콘텐츠를 내리게 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하면 사이트 차단까지 명령할 수 있게 했다. 싱가포르는 진작부터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비판받아 왔던 터라 이 ‘가짜뉴스법’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싱가포르 안팎에서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반대자를 질식하게 만들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 건 그래서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도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심하게 손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많은 시민이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하며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한 그 어떤 법적 규제도 불가피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결국, 문제는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사이 어느 지점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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