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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 以事讀易’ 〈2〉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 관리자
  • 19.11.18
  • 24


2019년 11월 월간조선

출처: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I&nNewsNumb=201911100055



이한우의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 以事讀易’ 〈2〉


문재인, ‘陰柔의 자질로 굳센 자리에 있어 뉘우침이 있는 상황’



문재인 대통령은 《주역》에 의하면 ‘음유의 자질로 굳센 자리에 있어 뉘우침이 있는 상황’으로 나온다.
  《주역(周易)》의 활용법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근접한 효(爻) 하나를 찾아내 한 개인의 행동지침을 얻어낼 수도 있지만, 하나의 괘(卦)를 구성해 어떤 공인이 처한 전반적인 상황도 읽어낼 수 있다. 한 괘를 구성하는 음효(陰爻)와 양효(陽爻)를 결정하는 것은 각각이 가진 성질이나 성향이 부드러움[柔]인지 굳셈[剛]인지를 가려내면 된다.
 
  그리고 한 괘의 여섯 효는 각각 위치에 따라 권력 서열에 해당한다. 맨 위는 상왕(上王), 그다음은 임금이고, 이어서 재상(宰相)이나 왕비, 세자가 그다음이고 이어서 판서, 중간관리, 신진그룹이 된다. 이런 위계질서는 오늘날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회장-대표-이사-부장-차장-평사원이 그것이다.
 
  그러면 현재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부드러울까, 굳셀까? 상왕은 일종의 배후세력으로 볼 수 있는데 지난 2년을 돌이켜볼 때 본인의 결정력이 강할까, 배후세력의 결정력이 강할까? 영부인이나 총리, 여당 대표가 대체로 위에서 세 번째인데 이들이 강할까, 대통령이 강할까? 판서, 즉 장관들의 파워는 얼마나 될까? 중간에 있는 실무진의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맨 아래 그의 지지 세력은 굳셀까, 부드러울까? 최대한 편견 없이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부드러움이냐 굳세냐를 척도로 음과 양을 판단해 보면 양-음-양-음-양-양이 된다.
 
 
  문왕, “작은 일에는 吉하다”
 
  이처럼 강유(剛柔)를 통해 양효와 음효를 가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담담한 마음을 갖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그 기업의 현재 상황과 미래를 위한 방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표면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전통적인 좌파 원로들은 이 정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양효로 판정했다. 연관해서 대통령 자신은 남북문제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강건함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음에 가깝다. 이낙연(李洛淵) 총리는 부드러운 재상에 속하지만 김정숙 여사나 이해찬(李海讚)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감안해 보면 양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 장관들의 경우는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 시절과 마찬가지로 거의 존재감이 없다는 점에서 명확하게 음이다. 중간 실무자의 경우 정확히 386 운동권 실세들이 여기에 해당되니 양이다. 맨 마지막으로 그의 지지그룹 또한 열성적이라는 점에서 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그룹도 양이었다. 참고로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지지그룹은 누가 보아도 음이다.
 
  이렇게 음양의 효가 배치되면 그 모양은 다음과 같다. ☲☱. 위에는 이(離)괘(☲)이고 아래는 태(兌)괘(☱)인데 이를 규괘(暌卦)라고 부른다. 공자(孔子)는 그래서 위아래 괘를 연결해 풀이하기를 “불은 움직여 올라가고 연못은 움직여 내려간다”고 했다.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규(暌)란 ‘사팔눈, 노려보다, 이지러지다’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규괘에 대해 주(周)나라 문왕(文王)은 짤막하게 “작은 일에는 길(吉)하다”고 뜻을 풀었다. 이 말은 “큰일은 해서는 안 되고 작은 일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길할 수 있는 방도가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괘가 정해지면 이제 우리는 주공(周公)과 공자, 그리고 송(宋)나라 유학자 정이천(程伊川)의 도움을 받아가며 효 하나 하나를 짚어보아야 한다.
 
 
  문재인 지지그룹들의 행태
 
문재인 대통령은 陰爻, 김정숙 여사는 陽爻에 해당된다.
  먼저 맨 아래 양효(陽爻)부터 살펴보자. 이에 대해 주공은 “초구(初九)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말을 잃고서 쫓아가지 않아도 저절로 돌아온다.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만나보면 허물이 없다(悔亡 喪馬勿逐 自復 見惡人 无咎)”라고 뜻을 풀이했다. 그리고 공자는 이를 풀이해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만나보는 것은 허물을 피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어그러지는 때[暌卦]의 초구 처지를 보자. 양강의 자질로 양의 자리에 있고 구이(九二)와는 친하지 않고 구사(九四)와도 호응관계가 아니다. 이것만 보아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런데 주공의 효사(爻辭)는 첫머리에서 ‘뉘우침이 없어지니’라고 했다. 그 이유를 정이천은 이렇게 풀이한다.
 
  “뉘우침이 없어지는 까닭은 구사가 위에 있고 또 강양의 자질로 대립하고 괴리되어 함께하지 못하지만 자연스럽게 같은 동료로서 서로 합했으니, 둘 다 같은 양효로 함께 (상하 각괘의) 아래에 있고 또 서로 호응하는 자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두 양효는 원래 서로 호응하는 자가 아니지만 어그러지는 때에 있기 때문에 서로 화합하는 것이다.”
 
  일의 이치[事理]보다는 일의 형세[事勢]가 지배하는 국면이다. 정이천의 풀이가 이어진다.
 
  “말이란 타고 가는 것이고 양(陽)의 성질이란 위로 나아가는 것인데, 어그러지는 때에 홀로 함께 연대(連帶)하는 자가 없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으니 이것이 ‘말을 잃고서’다. 그러나 구사가 함께 합치하면 나아갈 수 있으니 이것이 말을 쫓아가지 않아도 말을 다시 얻는 것이다. 미워하는 사람이란 자신의 뜻과 어긋나 차이가 있는 자다. ‘만난다’는 것은 서로 통하는 것이다. 어그러지는 때에 다움[德]을 함께하는 자는 서로 연대하지만 소인(小人)으로서 뜻이 어긋나 차이가 나는 자가 매우 많으니 만일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모두 버리고 절교한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이 군자(君子)와 원수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럴 때에는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과 등을 돌려 그로 인한 허물이 생겨나게 해서는 안 된다. 공자가 ‘미워하는 사람일지라도 만나보는 것은 허물을 피하기 위함이다’ 한 것은 바로 그 점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지지그룹의 행태는 이른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능가한다. 최근 조국(曺國)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맹목적 지지 행태에서 보듯이 사안의 옳고 그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일의 이치[事理]보다는 일의 형세[事勢]가 지배하는 국면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주역》이 우려하는 쪽으로 일이 흘러가고 있다.
 
 
  386의 행태
 
  이어서 중간그룹에 해당하는 실제 386세력과 관련될 수 있는 밑에서 두 번째 양효에 대한 주공의 효사(爻辭)는 무엇일까?
 
  “구이는 골목에서 (몰래) 군주를 만나면 허물이 없다(遇主于巷 无咎).”
 
  이를 공자는 “골목에서 (몰래) 군주를 만나는 것은 아직 도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풀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구이는 위의 육삼(六三)과 친하고 또 육오(六五)와는 호응관계다. 그런데 어그러지는 때[暌卦]에는 오히려 이것이 좋지 않다. 특히 임금 육오와는 오히려 호응하기보다는 서로의 다른 다움이 크게 부각된다. 음유한 육오는 양강의 자질을 가진 구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뛰어난 자질의 구이는 이 어그러진 상황을 임금과 뜻을 합쳐 풀어야 하는 과제를 어깨에 지고 있다. 정이천의 풀이다.
 
  “골목이란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길이다. 그래서 완곡하고 곡진한[委曲] 방도로 서로의 뜻을 구하고 만나기를 기대해서 함께 연대해 합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뜻을 굽히고 도리를 꺾으면서 비굴하게 아부하라는 것은 아니다.”
 
  공자가 ‘아직 도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도 도리를 굽혀가면서까지 임금과 뜻을 합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이런 만남은 정조(正祖)와 정약용(丁若鏞)의 만남이다.
 
  일찍이 정약용을 인재로 알아본 정조는 정약용이 과거에 합격한 해에 초계문신(抄啓文臣)으로 임명했다. 정약용은 규장각에서 내준 과제에서 여러 차례 장원했고, 〈문체책(文體策)〉에서 패관잡설(稗官雜說)의 폐단을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하고, 〈인재책(人才策)〉에서는 신분과 지방색에 따른 인재 등용의 제한을 비판하며 인재 사용에서 전문성과 자질의 중시를 요구하는 등 혁신적 정책을 제시하여 정조의 기대에 부응했다.
 
  정조의 신임을 바탕으로 종7품 희릉직장(禧陵直長)으로 관료생활을 시작한 정약용은 여러 내직(內職)을 거쳐서 정조 19년(1795년)에는 정3품 당상관(堂上官)인 승정원 동부승지에 임명됐다. 같은 해 2월에는 다시 병조참의에 임명되어 정조의 화성(華城) 현륭원(顯隆園·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 행차에 배행(陪行)하게 한다. 또한 정조는 정조 13년(1789년) 현륭원 능행(陵行)을 위해 한강에 설치할 주교(舟橋) 가설에 대한 설계를 정약용에게 명령했다. 이에 정약용이 제출한 제안이 그대로 시행되는 큰 성과를 이루었다.
 
  이러한 정약용의 기술적 역량은 화성 축성에서 다시 발휘됐다. 정조는 정조 17년(1793년)에 화성 설계를 정약용에게 명령하여 정약용은 윤경의 보약(堡約)과 유성룡(柳成龍)의 성제(城制)를 종합하면서 독창성을 발휘한 선진화된 성제를 지어 올리고 아울러 정조가 하사한 《도서집성(圖書集成)》과 《기기도설(寄器圖說)》을 연구해 《기중가도설(起重架圖說)》을 지어 올려 화성 축조에 기중기 사용으로 4만 냥의 공사비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약용은 정조의 깊은 신임을 받으면서도 반대파로부터 공격에 시달렸다. 그가 남인(南人) 출신이고, 정조의 친왕(親王) 세력의 대표자로 정약용의 정치적 후원자 채제공(蔡濟恭)과 통혼관계(채제공의 서자 채홍근과 정약용의 누이가 혼인함)에 있었으며, 그 자신을 포함하여 그의 집안이 서학(西學)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조선 최초의 세례자인 이승훈(李承薰), 천주교 공동체를 조직한 이벽(李檗)이 정약용과 인척관계고, 그의 형인 약전(若銓)과 약종(若鍾)도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또한 정약용의 외종형인 윤지충(尹持忠)은 진산사건(珍山事件·1791년)의 당사자였다.
 
 
  386과 정약용
 
정조를 잘 보필한 정약용. 사진=강진군청
  정조 15년(1791년)의 진산사건과 정조 19년(1795년) 주문모(周文謨) 신부의 변복잠입사건 등 서학 관련 사건으로 노론 벽파가 채제공계 남인 세력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자, 정조는 반대파의 공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1795년 7월 정약용을 종6품 금정 찰방으로 좌천시켰다.
 
  그러나 정조는 이듬해 10월 정약용에게 이만수(李晩秀), 박제가(朴齊家) 등과 《사기영선(史記英選)》을 교정하도록 명령했고, 12월에는 병조참지(參知)를 거쳐 좌부승지로 승진시켰다. 정조 21년(1797년) 봄에는 《춘추경전(春秋經傳)》 《두시(杜詩)》 《육시(陸詩)》 등을 교정하게 했다. 같은 해 6월 다시 승정원 동부승지에 제수하자 정약용은 극심해지는 반대파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직상소를 올렸다. 비방이 계속되자 정조는 이를 피하기 위해 정약용을 황해도 곡산부사로 나가게 했다.
 
  정조 23년(1799년) 4월 정조는 곡산부사로 있던 정약용을 다시 병조참의로 조정에 불러들이고 이어 형조참의에 제수하자 다산에 대한 반대파의 시기와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정약용은 39세인 1800년 봄 벼슬을 버리고 고향 마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자 정조는 다시 정약용을 불러들여 규영부에서 교정하는 일에 종사하게 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정조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이는 정약용에 대한 정조의 마지막 부름이 됐다. 이것으로 정약용의 정치적 역정도 끝을 맺게 됐다. 결국 서학 문제로 인해 순조 1년(1801년) 신유사옥(辛酉邪獄)으로 18년간의 유배기를 보내게 된다.
 
  386세력은 누가 보아도 이런 정약용과 같은 신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조국 장관에게서 보듯 오히려 위선과 거짓, 그리고 사사로운 욕망의 포로가 된 모습을 보여 우리 사회에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오히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정약용과 같은 뛰어난 인재를 골목길에서라도 몰래 만나고 있기나 한 것인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장관들과 총리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는 각료들. 《주역》에 의하면 위 아래의 압박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로 나온다.
  판서, 즉 오늘날의 장관들에 해당하는 밑에서 세 번째 음효에 대해 주공은 “육삼은 수레가 뒤로 끌리고 이에 소가 앞이 가로막히며 그 사람이 머리가 깎이고 코가 베이는 것을 보니 시작은 없지만 마침은 있다(見輿曳 其牛摰 其人天且劓 无初有終)”라고 풀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수레가 뒤로 끌리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요, 시작은 없지만 마침은 있는 것은 굳센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보충풀이를 했다.
 
  육삼의 처지를 보면 음유한 자질로 양의 자리에 있으니 바르지 못하다. 한마디로 스스로 설 수가 없다. 위와 아래에 모두 양효가 있어 보통 때 같으면 유비(有比)이지만 어그러지는 때에는 위아래에서 압박을 받는 것이 된다. 그것이 ‘수레가 뒤로 끌리고 이에 소가 앞이 가로막히며’이다. 정확히 지금 문재인 정권 장관들의 모습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陰柔한 인물이라 주군을 도와 태평을 이루는 역할은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이 머리가 깎이고 코가 베이는 것을 보니’라는 것은 중상(重傷)을 입은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정이천(程伊川)은 이렇게 풀었다.
 
  “육삼은 호응 상대(상구)를 쫓아가려고 하는데 구사가 가로막아 못 가게 한다. 육삼은 비록 음유한 자질이지만 (양의 자리에 있어) 처신하는 것이 강해 그 뜻이 나아가려는 데 있다. 힘써 나아가다가 구사를 침범했으니 중상을 입은 것이다.”
 
  그래서 ‘시작은 없지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 마침내 상구와 뜻을 합치게 되니 ‘마침은 있다’고 했다. 공자는 그래서 ‘굳센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이런 일이 생겨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어서 재상・부인・세자 등에 해당하는 밑에서 네 번째 양효다. 주공은 “구사는 어그러져 외로운데 훌륭한 남편을 만나 서로 믿음을 나누니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다(暌孤 遇元夫 交孚 厲无咎)”라고 말을 달았다. 이에 대해 공자는 “서로 믿음을 나누니 허물이 없는 것은 뜻이 행해지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공자의 말은 주공의 효사보다 좀 더 나아간 것이다. 이는 주공이 소공(召公)과 함께 뜻을 합쳐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의 반란을 꺾고 성왕(成王)을 보필해 태평을 이루어낸 일과 합치한다. 한(漢)나라 초기 여씨(呂氏)들이 전횡할 때 주발(周勃)과 진평(陳平)이 뜻을 합쳐 여씨들을 주살하고 문제(文帝)를 추대한 일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이낙연 총리의 경우 음유한 인물이라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아마 정권 후반기 레임덕이 왔을 때 그나마 괜찮은 총리감이 나오는 상황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뛰어난 참모의 보필 받으면 아직 기회는 있지만…
 
  본론이다. 밑에서 다섯 번째 음효, 즉 임금에 해당하는 규괘의 육오에 대해 주공은 “육오는 뉘우침이 없어지니 그 종파(宗派)가 살을 깨물 듯이 하면 어디로 간들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悔亡 厥宗 噬膚 往何咎)”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공자는 “그 종파가 살을 깨물 듯이 하면 어떤 일을 해도 경사가 있다”라고 풀었다.
 
  육오는 처지로만 보면 음유의 자질로 굳센 자리에 있어 뉘우침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래에 구이라는 뛰어난 이가 호응하여 보필하니 주공은 효사(爻辭)에서 ‘뉘우침이 없어지니’라고 했다. 그 종파란 바로 이 구이를 가리킨다. ‘살을 깨물 듯이 하면’이란 구이와 깊은 신뢰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구이는 지위상 수석비서관들이다. ‘뛰어난 참모의 보필을 받는다면 아직은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그런 참모를 찾아내 보필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맨 위의 양효에 대해 주공은 “상구(上九)는 어그러져 외로워서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쓴 것과 수레에 귀신이 가득 실려 있는 것을 본다. 먼저 활줄을 당기다가 뒤에는 활줄을 풀어놓는데 이는 도적이 아니라 혼인하는 것이니 가서 비를 만나면 길하다(暌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先張之弧 後說之乎 匪寇 婚媾往遇雨 則吉)”라고 했다. 공자는 단지 마지막 부분에 초점을 맞춰 “비를 만나면 길한 것은 모든 의심이 없어진다는 것이다”라고 풀어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어그러지는 때의 상구는 양강의 자질로 음효에 있어 자리가 바르지 않다. 그러나 맨 위에 있다는 점에서 굳셈이 가장 지극하고 또 밝음을 나타내는 이괘(離卦・☲)의 맨 위에 있으니 눈 밝음[明]이 지극한 것이다. 정이천의 풀이가 곡진하다.
 
  “어그러짐이 지극하면 어그러져 화합하기가 어렵고, 굳셈이 지극하면 조급하고 서둘러서 현실을 상세하게 살피지 못하고, 밝음이 극에 이르면 지나치게 살펴서[過察] 의심이 많다. 상구는 육삼과 바른 호응관계[正應]라 실제로는 외롭지 않은데, 그 재주와 성질이 이와 같아서 스스로 대립과 고립을 자초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친밀한 종파가 있다 해도 스스로 의심과 시기가 많아서 망령되이 어긋나고 대립하는 마음이 생기니 골육과 종파 사이에 있더라도 늘 고독하다.
 
  상구는 육삼과 바른 호응관계에 있지만 극한에 자리해 의심하지 않는 것이 없어서 육삼을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쓴 것’으로 보니 매우 미워함을 알 수 있다. 매우 미워하게 되면 그가 죄악을 저질렀다고 의심해 마치 수레에 귀신이 가득하다고 착각한다. 귀신은 본래 형체가 없는 것인데 수레에 가득하다고 착각하는 것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니 망령됨이 너무도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육삼에 대해 의심을 품고 ‘먼저 활줄을 당기다가 뒤에는 활줄을 풀어놓는데’ 이는 도적인 줄 알았던 육삼이 자신과 혼인해야 할 상대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음과 양이 서로 교제하면 비가 내린다. 드디어 상구와 육삼은 화합하게 되는 것이다.
 
 
  밖에서 상처를 입다
 
  규괘는 임금의 효인 육오보다는 상왕인 상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장관에 해당하는 육삼에 대한 풀이에서 보았듯이 여기서도 상구와 육삼의 종국적인 화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육오와 구이의 만남에 대해서는 대단히 제한적이고 조건적이다. 오늘날 시점에 대비할 때 과연 상왕에 해당하는 상구는 누구일까?
 
  《주역》에는 공자가 지은 〈서괘전(序卦傳)〉이라는 게 있다. 이는 상황을 나타내는 괘의 전후관계를 살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규괘의 바로 앞에는 가인괘(家人卦)가 있고, 규괘의 뒤에는 다리를 저는 건괘(蹇卦)가 이어진다. 이 3개 괘의 연결 관계를 살펴보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밖에서 상처를 입은 자는 반드시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명이괘의 뒤를 가인괘(家人卦)로 받았다. 집안의 도리[家道]가 막히면 반드시 이지러진다[乖]. 그래서 가인괘의 뒤를 규괘(暌卦)로 받았다. 규(暌)란 이지러진다[乖]는 말이다.”
 
  밖에서 상처를 입거나 곤경을 겪게 되면 안으로 돌아와 치유를 모색해야 한다. 풍화가인(風火家人)괘(☴☲)는 이(離)괘(☲)가 아래에 있고 손(巽)괘(☴)가 위에 있다. 손괘(巽卦)는 바람, 장녀이고 이괘(離卦)는 불, 중녀(中女)다. 위에 있어야 할 장녀가 위에 있고 아래에 있어야 할 중녀가 아래에 있는 것으로 보아 순리에 맞는 것으로 본다.
 
  방에서 상처를 입거나 곤경에 처한 일은 굳이 적용하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라 할 수 있다. 그 덕에 문재인 정권은 탄생할 수 있었고, 정권 초반기는 대체로 가인괘의 상황이었다.
 
  밖에서 상처를 입은 이유는 일의 이치[事理=禮]에 맞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성급하게 앞서나간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일의 이치를 점검해야 하는데 그것은 밖이 아니라 안, 사회나 국가가 아니라 가정과 자기 자신에서부터 해야 한다. 그것은 곧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차례를 순차적으로 따라가야 함을 말한다.
 
  그러나 가족 간의 화목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화택규(火澤暌)괘(☲☱)는 태(兌)괘(☱)가 아래에 있고, 이(離)괘(☲)가 위에 있어 흔히 말하는 물과 불의 관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안의 도리, 즉 가도(家道)가 막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불은 위로 올라가고 연못의 물은 아래로 내려가니 서로 어깃장을 놓는 모양이다. 규(暌)에는 사시(斜視) 혹은 반목이라는 뜻이 있다. 가인괘는 불과 바람이 만나 합심하여 서로를 돕는데, 규괘는 반목하는 모양이다. 이는 결국 큰 곤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두고 가야 할 점은 집안의 도리를 바로 세우는 책임은 다름 아닌 가장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이때 가장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의 대통령에 해당한다.
 
 
  “이지러지면 반드시 어려움[難]이 있게 된다”
 
  다시 〈서괘전〉이다.
 
  “이지러지면 반드시 어려움[難]이 있게 된다. 그래서 규괘의 뒤를 건괘(蹇卦)로 받았다. 건(蹇)이란 힘들다[難]는 말이다.”
 
  어려움이란 모든 것이 막혀버린 곤경을 뜻한다. 수산건(水山蹇)괘(☵☶)는 간(艮)괘(☶)가 아래에 있고 감(坎)괘(☵)가 있다. 감(坎)은 험난함[險]이고 간(艮)은 그침[止]이다. 험난한 산이 앞을 가로막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상(象)이다.
 
  이 건괘(蹇卦)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래일 수도 있고, 혹 그 뒤를 잇는 대통령의 괘일 수도 있다. 그게 역(易)이다. 상황이란 늘 바뀌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국민으로서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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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사람이 호랑이보다 오래 사는 이유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교수의 서재] 나에게 책은 소개팅이다 -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문정부 안보외교 전면 전환 급하다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이한우의 간신열전] [7] 말재주 부리는 者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한반도포커스-신범철] 지소미아 연장 이후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우리의 세금으로 굴러가는 건강보험 제도, 사각지대에서 악용되고 있다면? - 박성민 변호사
[이한우의 간신열전] [6] 여우와 쥐새끼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시평>초당적 ‘가짜뉴스 대책’ 화급하다 -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한우의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 以事讀易’ 〈2〉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김경록의 욜로은퇴] 아내의 건강 레시피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朝鮮칼럼 The Column ] 국민 호구(虎口) 시대 -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이한우의 간신열전] [5] 간신에게 대처하는 방법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유튜브 '노란 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 박성민 변호사 인터뷰
[금요광장] 온통 입만 살아있는 사회 - 전지현 변호사
[이한우의 간신열전] [4] 봉영상의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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