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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4] 봉영상의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 관리자
  • 19.11.06
  • 57



출처: 조선일보 2019/11/06



중국 남북조 시대 남조(南朝) 양(梁)나라 무제(武帝)는 종종 당나라 현종(玄宗)과 비교되곤 한다. 대체로 전반기는 치세를 이루다 후반기에 난세를 빚어냈는데 난세를 만들 때 현종에게 이임보(李林甫)라는 간신이 있었다면 무제에게는 주이(朱 )라는 간신이 있었다.

적국인 동위(東魏)에 신하들 간 권력 다툼이 심했다. 후경(侯景)이라는 인물이 권력자 고징(高澄)과 대결에서 밀려나자 반란을 일으켜 13개 주(州)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양나라에 귀순을 청했다. 양나라 신하들은 모두 "장차 내분의 싹이 될 수 있다"며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주이는 무제의 속뜻이 나라를 넓히는 데 있다고 보고 "동위 땅의 절반을 갖고 온다는데 왜 거절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무제는 후경을 받아들였고 불행의 씨앗은 잉태됐다.

얼마 있다 이번에는 동위의 고징이 우호를 맺자는 글을 보내왔다. 이에 사농경(司農卿) 부기(傅岐)가 반대했다. "고징이 필시 이간책을 쓰는 것입니다. 이 일로 후경이 불안해한다면 반드시 화란을 도모할 것입니다." 무제가 전쟁을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자 주이가 화친을 주장, 관철시켰다.

불행이 모든 걸 태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내 후경이 주이와 그 일당의 주살을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이듬해 무제는 유폐됐다가 곧 사망했다. 혼란에 빠진 양나라는 10년 만에 진(陳)나라에 멸망했다.

주이는 유학자 출신으로 나름대로 능력까지 갖췄고 30년 가까이 권력을 누리는 자리에 있으며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런 부귀를 지키려 오직 임금 뜻에 맞추려고만 하고[奉迎上意·봉영상의] 나라를 위한 계책은 내려고 하지 않았다.

며칠 새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TEL)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 수 없다는 현 정권 안보 실세의 말 때문에 나라가 벌통을 쑤셔놓은 듯하다. 그의 말은 국정원·국방부의 정보·평가도 묵살하는 것이다. 봉영민의(奉迎民意·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는 충(忠)이지만 백성의 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봉영상의만 해대면 간(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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