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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국당, 환골탈태 없이 가망 없다 -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관리자
  • 19.10.31
  • 24

출처: 문화일보 2019/10/30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02901033011000001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국 사태 뒤이은 인헌고 사태 
좌파의 민낯 드러내 이념 균형 
궤멸 직전 우파 기사회생 기회 

젊은층은 여전히 한국당 외면 
3040 대거 영입 與 586 맞서야 
현역 절반 바꿀 세대교체 필요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소재 인헌고에서 일부 학생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사들의 사상주입 교육을 고발하며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이 결성한 ‘학생수호연합’은 교사들이 교내 마라톤 행사에 반일 구호를 외치게 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학생을 ‘일베’라고 모욕했으며, ‘조국 관련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은 다 개돼지’라고 하는 등 학생들에게 ‘사상 독재’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교사들을 고발하고 나선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전교조로 대표되는 좌파 교사들의 정치 편향 교육이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지만, 주목할 것은 학생들의 이런 고발이 제기된 시점이다. 학생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아직 끝나지 않은 ‘조국 사태’와 이로 인한 여론의 변화가 그들에게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울분을 삼키며 숨죽이고 있던 보수우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많은 언론과 식자들이 지적한 대로 조국 사태는 진보좌파로 기울어진 대한민국의 이념 지형을 팽팽한 좌우 대립 국면으로 되돌려 놨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보수 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할 것 없이 참패함으로써 보수우파는 거의 궤멸 상태에 놓였었다. 지난 보수 정권의 대통령들과 대법원장이 적폐로 몰려 영어(囹圄)의 몸이 됐으니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러나 조국 사태는 이런 보수우파에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다. 정의와 공정을 노래 삼던 진보좌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데다 청와대의 자만과 오판이 공고했던 여론 지지도에 균열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광장은 진보좌파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젠 그렇지도 않다. 서초동의 ‘조국 수호’ 집회를 능가했던 광화문의 ‘조국 사퇴’ 집회는 중도의 시민들이 ‘상식’의 손을 들어준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20년 집권’을 호언할 정도로 강고해 보였던 진보좌파 우세의 구도가 흔들리며 보수우파에 기회가 왔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조국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한국당 지지도는 소폭 상승했지만, 의미 있는 큰 변화는 없다. 2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도는 26%로 더불어민주당의 37%와 비교해 여전히 1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있다. 

한국당의 문제는 지지층 대다수가 50대 이상 고연령층으로, 젊은 유권자의 호응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의 한국당 지지도는 10%에 고착돼 있었다. 25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15%로 나타났는데, 이게 믿을 만한 수치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30대의 지지율도 20대와 다르지 않아 15%를 넘지 못하고, 40대의 지지율은 그보다 조금 낫지만 대동소이하다. 이 연령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40∼5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거대 제1야당’으로는 민망한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된 인사 실패로 취임 초기의 높은 지지율을 다 까먹은 상황에서도 젊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한국당을 외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당이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수 꼴통’의 경직된 이미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여성당원 엉덩이춤’ 논란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지난주 의원총회에서는 조국 사퇴에 공을 세웠다며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부상으로 상품권을 수여하는 ‘봉숭아학당’식 잔치를 벌였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 광장으로 나갔던 수많은 시민을 우습게 만든 어이없는 코미디였다.

이제 6개월 후면 총선이다. 문 정권의 헛발질과 자책골로 보수우파에 기회는 왔지만 한국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기회는 날아가고 말 것이다. 길은 하나뿐이다. 합리적 보수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하게 세대교체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넘어가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음을 반성하고, 현역 의원의 절반을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여권의 기득권 586세대에 맞서 30·40대의 신진세력을 대거 등용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잖으면 한국당은 다당 체제의 ‘꼬마 제1야당’으로 다음 4년을 보낼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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