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사업

HOME > 공론사업 > 블로그

블로그

쟁쟁(琤琤)한 세대의 목소리 - 조창주 (사)경제사회연구원 사무국장

  • 관리자
  • 20.12.15
  • 82



쟁쟁(琤琤)한 세대의 목소리

(사)경제사회연구원 뉴스레터 2호 

경사연 소통광장 - 미래세대 발언대

뉴스레터 2호 수록 (2020년 2월) (클릭)



조창주 (사)경제사회연구원 사무국장




  ‘이렇게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젊은 사람들은 왜 목소리를 안 내는가?’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인 2030 세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에 먼저 답하자면 청년세대들은 경제보단 문화를 유산으로 받으면서 쟁(爭)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갖는 특징에 대해 공유하는 것으로,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지길 소망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쓴다.


  그동안 586세대라 불리는 기성세대는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시기를 거치면서 압축성장을 통하여 이전 세대로부터 경제와 민주라는 유산을 받았다. <응답하라1988>이라는 드라마에서 택이 아버지는 바둑대회 상금으로 5,000만원을 받는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일산에 땅을 살지,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살지, 금리 15% 적금에 예금을 할지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기성세대는 투쟁·정쟁 등 쟁爭의 역사를 통해 경제라는 유산을 성취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20년 2월 초 한 은행이 내놓은 5%대 정기 적금 상품이 나오면서 가입 폭주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25%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2030세대들은 경제적인 유산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인다.


  1988년에 태어난 필자는 호돌이 세대라 불리며 내 기억에 없는 호돌이가 우리 세대의 상징이 되어버렸고, 1994년 국민학교에 입학하였는데, 1996년에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올림픽 그리고 세계화 과정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TV를 통해서 IMF외환위기를 보았다. 이 외환위기는 경제불황이라는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나와 친구들에게는 PC방을 선물해주었다. 친구들과 노는 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 우리들의 담론의 공간은 놀이터(개방형)에서 PC방(폐쇄형)이라는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당연히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놀이터가 아닌 내 방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익숙해졌다.


  우리 세대는 2001년 9/11테러에 대한 충격보다 H.O.T의 해체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친구들은 H.O.T 해체 소식에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은 기억조차 없었으며, 월드컵에 대한 기억만 남았다. 이런 이야기를 내가 하는 이유는, 우리 세대는 노는 것을 좋아하면서 자라온 세대이며, 그동안 사회가 발전하면서 생긴 문화를 유산으로 흡수해 왔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 유산으로 받은 것이 질적으로 다르다.


  작금의 시기에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들은 목소리 내는 방법을 모른다. 뉴스를 보면 운동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는 운동권에 누가 있는지 누가 활동하는지 잘 모른다. 학교 학생회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매번 비상대책위원회로 불리는 조직으로 그냥 동아리 수준으로 취급한다. 동아리는 여러 외부조직의 개입으로 인하여 오염되었고,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동아리는 사교모임으로 분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공론을 나누어 본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저 우리 세대는 오늘 누구를 만날지, 누구와 무엇을 할지를 더 고민한다. 기성세대는 우리에게 욜로(YouOnlyLiveOnce)라는 이름으로 탕진하는 삶을 산다고 말한다. 우리 세대는 싸우는 것보다 같이 어울리고 노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의 쟁(爭)을 거부하는 이유는 집에서 절대 말하면 안 되는 3가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정치 이야기 부모와 다른 정치 색깔을 갖게 되면 무사하지 못하다. 둘째, 종교 이야기 부모가 말하는 종교는 자녀에게 있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다. 셋째, 성(性)에 관련된 이야기는 철저하게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비밀이 되고 있다. 이러한 3가지 이야기가 가정에서부터 강요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세대는 기성세대의 문제의식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정 및 사회의 폐쇄성은 우리 세대가 말할 수 있는 이슈를 제한시키고 단어가 갖는 의미를 부정하게 만든다. 정치·종교·성性은 다 부정한 의미로 바라본다. 이는 사회를 신뢰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세대가 갖는 사유를 다른 세대에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 세대에게 주어진 시대정신 및 과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50-60대가 경제라는 유산 속에서 민주를 쟁취했다면 우리 세대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유산을 확산시키고 있다. 기성세대는 경제라는 유산을 저축과 투자를 통해서 축적해왔다. 우리 세대는 소비를 통해 문화를 누린다. 그동안 부정했던 단어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말고 우리만의 방식을 지켜보길 주문한다.

 

  방탄소년단의 <고민보다 Go>라는 곡이 있다. 이 곡에서 ‘걱정만 하기엔 우린 꽤 젊어 오늘만은 고민보단 Go해버려 쫄면서 아끼다간 똥이 돼버려.’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젊은 세대가 미래를 포기하고 오늘만 산다고 여길 수 있다. 오늘날 K-pop의 한류는 소비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과거의 방식으로 육성된 문화가 아니다. 팬덤Fandom이라는 문화가 형성되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팬들끼리 꽁냥꽁냥(알콩달콩의 신조어)어울리며 자신들의 소비를 통해 기부 및 공익사업으로까지 확대해나가고 있다. 2030세대는 소비를 통해 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를 확산 시키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핵심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젊은 사람들은 왜 목소리를 안 내는가?’ 목소리voice의 종류는 다양하다. 내가 침묵하는 것도 목소리이며, 퇴출하는 것도 목소리이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안 내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행동도 하나의 목소리인 것이다. 반대로 질문을 한가지 해보고자 한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모여서 나눈다. 많은 수가 모이는 것보다 삼삼오오 모여서 꽁냥꽁냥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기성세대와 우리 세대는 다르다. 갈등보다는 모여 나아가는 것(쟁爭이 아닌 쟁趟)에서 다음 미래세대의 밝은 울림(쟁쟁琤琤)이 있을 거라 믿는다.


 


*뉴스레터에서 보기 (클릭)

*2020년 2월 뉴스레터 보기 (클릭)

게시판 목록
文 탈원전 밀어붙일 때, 바이든 “원자력 규제→투자” - 노정태 청년분과운영위원, 철학에세이스트
나를 소개합니다 - 사회문화분과 김진환 위원
나를 소개합니다 - 청년분과 방수진 위원
나를 소개합니다 - 사회문화분과 신기성 위원
시민사회와 정치 권력의 밀착 그리고 ‘쉴드치기’ - 윤희숙 제21대 국회의원, 前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조사를 믿으세요?” - 정광재 MBN 정치부 부장
꽃이 져야 잎이 피더라 - 박성희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
할많하않과 양약고구(良藥苦口): 정직한 말이 쓰다면 할많하않 한 스푼 - 김선영 (사)경제사회연구원 기획홍보매니저
여야 청년 정책 비평 - 전지현 법무법인 참진 변호사
국룰과 좌단: 내 편에 붙을 사람은 좌단(左袒)하는게 국룰인 거 알지? - 김선영 (사)경제사회연구원 기획홍보매니저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