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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칼럼] 북한의 이유 있는 침묵에 유의하라 - 신범철 부원장,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관리자
  • 20.12.11
  • 81

디지털타입스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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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북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보통이라면 대선 결과에 대한 논평이 벌써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북한 당국은 재외공관에도 말조심을 지시했다고 한다. 연초 대미(對美) 정면돌파전을 외쳐댔던 북한의 행보가 침묵으로 바뀐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핵 보유의 기회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탑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을 희망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친구가 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핵 보유를 묵인해달라고 설득하려 했을 것이다.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이후 대미 관계를 개선한 파키스탄의 행보를 뒤따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김정은을 불량배로 불렀고, 실무진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주장했다. 이쯤이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비난하고 자위적 핵 억제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성명이 벌써 나왔어야 한다.


최근 들어 워싱턴 내 민주당 성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핵합의 방식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단계적 비핵화 협상과 신고 및 동결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어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고,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핵무기를 보유했음에도 동결을 장기간 용인한다면 이는 결국 핵보유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더구나 동결에 대한 보상을 그것도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단계적 방식으로 하게 된다면, 자칫 지난 30년간 북한이 꿈꿔온 길을 열어주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협상을 기대하고 있기에 김정은이 침묵을 이어가는 것이다.


동결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궁극적으로는 북핵 폐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는 장기적 목표고 그 첫 단계로 동결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중동 지역 등 제3국에 유출하는 것은 미국 안보에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 결과 동결을 통해 핵확산을 막아보자는 접근은 미국의 관점에서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미국은 확고한 핵억제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의 군사력은 핵무기 앞에는 무용지물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나 재래식 미사일만으로는 핵을 못 막는다. 반면 제3국에 유출된 핵무기가 우리를 향해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와 미국의 국익에 차이가 존재하는 바로 이 지점을 북한이 파고들 전망이다.


따라서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정부라면 단순한 대화의 재개만을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어떤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북핵 폐기를 조속히 이루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오로지 의미도 모호한 '평화 프로세스만'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평화 프로세스인가. 북한에 핵이 있어도 평화가 찾아온다고 믿는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도 대화만 하면 차가운 한반도에 봄은 오는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진짜 평화와 번영을 스스로 망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물론 북한과 미국이 합의하면 우리 힘만으로 협상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방관은 답이 아니다. 국익을 실현하기 위한 단호한 대응만이 우리의 안보 우려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보상으로 연결된다. 북한에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특정 기간 내에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가 되살아 나는 스냅백(snap back) 조항을 안전장치로 삽입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보상 조치도 받아내야 한다.


아직 우리 정부의 인식은 대화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치열한 국제협상의 무대에서 이도 좋고 저도 좋다는 접근은 우리가 아닌 미국이나 북한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런 나라를 만들려 하는가. 한국 제일주의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국익에 충실한 행보를 기대한다.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120802102269660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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