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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이코노믹스] 인구·소득·금리 모두 제자리 걸음하는 순간이 온다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관리자
  • 20.10.05
  • 21


중앙일보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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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모멘텀 사회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자동차 충돌 테스트는 달려오던 자동차를 벽에 부딪히게 한다. 이처럼 일정한 속도로 달려오는 운동량을 모멘텀(momentum)이라 하는데 정지하면 모멘텀이 제로(0)가 된다. 모멘텀이 제로가 되면 그 운동량이 충격량으로 변한다. 차가 부서지고 조수석에 있는 실험 인형 ‘더미’가 창을 뚫고 밖으로 튀어 나간다. 한국경제도 코로나19 이후 지속 성장하던 엔진의 모멘텀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저성장 고착화하고 인구 안 늘어
금리도 더는 경기부양 역할 못해
아파트값 상승 멈추고 소득 정체
미래 충격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

우리는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인구가 증가했고 소득도 증가했다. 금리도 1990년 이후 줄곧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모든 게 증가하는 관성 속에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이들이 정지할 것 같다. 모멘텀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모멘텀이 사라지면 충격을 받게 된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리가 다시 오르고 1인당 소득이 감소해 인구가 감소하는 마이너스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주요 경제 변수인 금리·소득·인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요즘 제로금리라는 말을 한다.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도, 정기예금 금리도 올해 들어 0%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로’라는 단어에 유의해야 한다. 금리에 마이너스가 없다고 하면 제로금리는 금리가 가장 낮다는 의미인데 이는 더는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혹자는 유럽에서 보듯이 금리가 마이너스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리 추가 하락 가능성이 어려워지면서 금리 모멘텀은 거의 제로가 되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현재 0.8% 주변에서 더 내려도 0.8%포인트가 고작이다. 2000년 9%였던 국고채 금리가 더 하락할 여지가 거의 사라졌다. 금리하락은 이자비용 감소, 자산가격 상승 등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 수단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럴 때는 관성적으로 갖고 있던 관점을 의심하고 제로금리에서 펼쳐질 다른 세상을 보아야 한다.
 
부동산이 한 예다. 아파트 가격 움직임은 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0년 초반부터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지속해서 오른다. 하지만 향후 금리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으면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던 요인 하나가 사라진다. 단기적으로는 제로 금리의 이점을 향유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가로 상승시킬만한 동력이 떨어진다.
  
금리 낮아도 빚만 쌓여가는 시대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부채를 통한 성장도 제약이 온다. 대출금리가 4%에서 2%로 하락하면 원금을 2배 빌려도 이자 금액이 같다. 동일한 원금이면 이자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1억원을 빌린 사람은 이자가 연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거나 혹은 1억원을 더 빌려도 이자 금액이 동일하다. 하지만 이제는 금리가 추가 하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더 빌리면 이자가 늘어난다. 통화정책이라는 수단 하나가 무력화되는 셈이다. 돈을 계속 푸는 양적 완화 정책이 있지만, 기축통화를 갖지 않은 나라는 부담이 된다.
 
개인소득도 계속 증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개인소득의 정체는 마치 어뢰처럼 표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경제와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을 준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2000년 1인당 소득 1만 달러, 2010년 2만 달러, 2020년 3만 달러에 이르며 거침없는 성장을 했다. 1990년대까지 개인소득이 대만에 뒤졌으나 2003년부터 앞질렀다. 마치 일본이 1970~80년대 보였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개인소득 성장세가 주춤할 전망이다. 제조업의 후발 추격자를 따돌리고 선진국과 경쟁해야 할 뿐 아니라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90년대 중반에 개인소득이 4만 달러를 넘었으나 25년이 지난 지금도 3만 달러 후반에 머물러 있다. 이탈리아도 현재 개인소득은 15년 전 수준이다. 제조업 국가들이 겪는 3만 달러 벽이다.
 

금리와 아파트가격지수

금리와 아파트가격지수

한국은 소득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시장도 많이 변했다. 새로 지은 고가의 주택을 찾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이 소득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 90년대 초에는 뉴 리치(New Rich)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등장했다. 뉴 리치를 선망하는 대중들을 위한 고급 소비재도 유행했다. 그러다가 소득이 정체하면서 100엔 숍 산업이 급성장하게 된다. 소득 증가가 제로 모멘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소비시장과 주택시장은 급변하게 된다. 우리도 20년 동안 소득이 급성장한 기억이 남아 있어 세상은 이 속도로 계속 변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제로 모멘텀은 이런 기대와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인구감소가 가장 큰 제로 모멘텀
 
더 큰 문제는 인구, 그중 생산 가능 인구 모멘텀이 사라지는 문제다. 실질적 주 생산가능 연령인 25~64세 인구는 올해부터 증가세가 멈추어 변하지 않다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한다. 10년간 310만명 감소하고 그 이후 10년간 또 400만명 감소한다.  
 
과거 30년간 1000만명 증가했으나 앞으로 30년간 1000만명 감소한다. 모멘텀이 잠깐 제로가 되었다가 마이너스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1톤 자동차가 벽과 부딪히는 게 아니라 같은 속도로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1톤 자동차와 충돌하는 꼴이다.
 

25~64세 인구 증감 추이 및 전망

25~64세 인구 증감 추이 및 전망

이 정도의 모멘텀 변화면 경제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준다. 개인 소득, 소비시장,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25세에서 64세 연령층이 주로 돈을 벌고, 돈을 쓰고, 집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향후 인구는 우리가 제로 모멘텀 사회를 탈출하는 데 있어서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일종의 기저 질환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세 가지 모멘텀이 거의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은 경제가 받는 충격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닥치면서 모멘텀이 사라지는 시간이 빨라 충격을 흡수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가 충돌해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운동량이 충격량으로 변할 때 순간의 속도 변화가 충격 크기에 영향을 준다. 쇠로 된 벽에 충돌할 때는 속도가 순식간에 제로가 되지만 스펀지에 충돌하면 속도가 제로가 되기까지 약간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 스펀지에 부딪히면 충격이 작다. 경제도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충격이 덜 하지만 그 여유가 없을 때는 받는 충격이 크다.
 
코로나19로 우리는 금리·소득·인구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스펀지가 아닌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는 셈이다. 이 상황인식이 중요하다.
 
여기에 대응하는 손쉬운 길은 재정 지출이다. 하지만 재정 지출 역시 기축통화국이 아닐 경우 문제가 된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더 많이 의심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자산이 축적돼 있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변하는 세상은 적어도 기회는 준다. 축적된 자금을 여기로 통하게 해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것만이 제로 모멘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당국은 이 길로 가는 장애물들을 치워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혁신의 통로 뚫어줘야 한국경제 무기력 탈출
규제 개혁이 왜 필요한가. 피터 드러커가 『보이지 않는 혁명(The Unseen Revolution)』(1976)에서 그 이유를 잘 보여줬다. 그는 연금사회를 예로 들었다. 연금사회가 되면 돈을 안전하게 굴려야 하는 수탁자 의무 때문에 축적된 자산이 혁신적인 곳이 아닌 안전한 곳으로만 흘러가게 될 것을 경고했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벤처와 같은 혁신기업에 일정 비율을 투자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비상장 기업 투자를 늘리는 게 좋다. 4년 후면 적립금이 1000조원에 이르니 5% 투자해도 50조원이다. 처음에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을 높이자고 할 때, 그리고 대체자산 비중 확대에도 반대가 많았지만 늘린 후의 성과는 긍정적이다. 혁신기업 투자는 연금의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가가치도 높여준다.
 
돈의 통로가 뚫려 있어도 사업의 통로가 막혀 있으면 자산 버블을 야기한다. 회사의 성장 잠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이 한두 가지 규제 해제가 아닌, 새 시대에 맞는 규제 체계 전반을 고민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서 효율적 규제 시스템을 가진 것이, 돈이 많으면서 비효율적 규제 시스템을 가진 것보다 낫다. 정부의 뉴딜 정책은 규제에 대한 전반적 체계 변화가 더해져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출처: 중앙일보] [김경록의 이코노믹스] 인구·소득·금리 모두 제자리 걸음하는 순간이 온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8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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