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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칼럼] 좋은 자본시장이란 무엇인가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관리자
  • 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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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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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내부 견제장치 정착되어야

판매사, 고객에게 리스크 정확히 알려야

감독당국, 자본시장의 본질에 맞게 감독해야

"규제는 줄이고 행위차 처벌은 강해야"


금리 DLF(파생결합펀드) 손실을 시작으로 사모펀드의 부실 운용 등 자본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인은 얼마 전 DLF 판매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83% 손실 중 40%를 보전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17%에 33%를 더하니 대략 절반 정도를 찾은 셈이다. 4% 수익률 바라보고 가입했다가 -50% 손실이 나 버린 것이다.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감독원도 여러 대책을 내 놓고 있다. 규제당국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좋은 자본시장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된다.



자본시장 주체들이 알아야 할 제 역할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인지 물었다. 어떻게 해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을지를 물은 것이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답했다. ‘임금은 임금 답고 신하는 신하 답고 아버지는 아버지 답고 자식은 자식 다우면 된다’는 뜻이다. 좋은 자본시장도 자본시장 참여 주체인 금융기관, 금융소비자, 감독기관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 된다. 


금융기관이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의 견제 장치가 잘 정착되어야 한다. 리스크 관리는 리스크 관리팀을 갖추고 보고서를 만들게 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조직 자체가 리스크관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번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조직 내에서 상품과 영업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영업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면 리스크를 간과하기 쉽다. 영업 하는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스스로 생각해서 팔라는 것은 무리다. 영업은 단기적으로 많이 팔고 싶어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리스크를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금융상품을 만드는 곳과 영업은 조직 내에서 분리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판매를 하는 사람들이 리스크를 숨기고 팔라는 뜻은 아니다. 리스크를 고객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번 DLF 중 하나는 해외국채금리가 -0.2% 이하로 내려가면 0.01% 내려갈 때마다 200배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0.3%포인트 내려가면 60% 손실을 본다는 뜻이다. 그런데 설명서에는 과거 자료를 이용해서 백테스트(back test)를 해보면 원금손실 가능성은 0이라는 내용이 있다. 자본시장에서 확률 0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말이며 백테스트가 얼마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방법인지는 통계를 조금만 공부해본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고객에게 리스크를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


10여년 전에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모 증권회사에서 구조화된 상품을 공모로 팔려고 가져왔기에 '이렇게 좋은 상품이면 기관들에게 팔라'고 했더니, '기관들은 사지 않기에 공모로 팔아야 한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리스크를 잘 아는 기관들은 안 사니 리스크를 잘 모르는 일반인 들에게 십시일반으로 팔겠다는 뜻이다. 공모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검증되고 투명한 상품을 파는 곳이다. 판매자들은 일반인에게 상품을 팔 때 리스크에 대해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투자상품은 일반 상품과 달라...리스크 따라 가격 변해


금융 소비자는 투자상품 손실에 대해 면책특권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 자본시장의 투자상품 본질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냉장고, 드라이기를 사고 금융상품도 산다. 그런데 투자상품은 일반적인 상품과 본질이 다르다. 광의로 투자상품은 '조건부 청구권(contingent claim)'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래 어떤 조건이 일어나면 상품의 가치가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냉장고나 드라이기와는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이 다르다.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냉장고가 고장 나지 않고,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했다고 해서 드라이기 성능이 좋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격이 변한다. 미래의 불확실한 조건들에 투자상품의 가치가 변하는 것이다. 투자상품의 본질은 리스크라는 뜻이다. 냉장고를 살 때보다 훨씬 큰 리스크가 따라 붙어 있다.


따라서 투자상품을 살 때는 수익률과 함께 반드시 리스크를 물어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리스크를 보지 않고 수익률만 보고 투자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포커를 칠 때 상대방 패는 생각지 않고 자신의 패만 보고 베팅을 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리스크에 관해 읽어 보고 또 문의해야 한다. 잘 이해가 안되면 해당 투자상품을 구입하지 않아야 한다. 투자 전문가라 하더라도 상품의 리스크를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구입하지 않는다. 샀다가는 대부분 곤혹스러운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2007년 말쯤 필자에게 갑자기 외국 금융기관 사람들이 찾아 와서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거래를 하자고 하는데 영어도 그렇거니와 상품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좋은 상품이면 미국 본토에서 팔지 이름도 없는 나에게까지 왔겠냐는 생각으로 사지 않았다. 2003년 옵션 CP가 문제되었을 때도 이러한 기준으로 구입하지 않아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일반 금융소비자는 간단하고 우량한 투자상품을 사면 된다. 주식은 구조가 단순하다. 그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주가는 올라 간다. 채권이나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금융혁신으로 등장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단순한 구조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원유 ETF는 기초자산인 원유 선물 시장의 왜곡으로 문제가 된 것으로 좀 다른 경우다. 단순하고 우량한 금융상품은 사모펀드보다 수익률이 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이러한 생각을 불식시키려고 워렌 버핏은 지수 인덱스를 사서 헤지펀드와 수익률 내기를 했다. 결과는 워렌 버핏 승리다.


감독기관 역시 자본시장의 본질에 맞게 감독해야 한다. 사람을 침대에 맞추어 늘리거나 잘라 버리는 '프로크루테스 침대'의 유혹을 이겨야 한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증권회사는 과다한 지급보증으로 도산을 했다. 시스템적으로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는 감독하고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몇 명이 반칙을 했다고 모두 규제해서는 곤란하다.


축구에서 태클 반칙을 했다고 태클을 금지하지 않는다. 권투에서 클린치 하면서 상대방 이마를 머리로 받는다고 해서 클린치를 금지할 수는 없다. 반칙을 실행한 사람에게 강력한 페널티를 주면 된다. 다른 금융기관은 잘 준수하고 있었는데 어느 한 곳의 잘못으로 모두 금지시킨다면 잘 준수해온 주체의 노력을 없애버리는 격이 된다.


자본시장은 자기 책임이 강하고 어느 정도의 사고는 각오해야 한다. 성문법보다는 불문법이 있는 곳이다. 많은 규정들을 통해 자본시장이 잘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랜 경험과 관습으로 길을 찾는 곳이다. 그 경험들이 긍정적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잘 한 곳에는 보상을 주고 잘 못한 곳에는 처벌을 한다. 미국의 투자회사 살로몬 브라더스는 1991년에 채권 트레이더 폴 모저가 국채 경매에서 부정한 짓을 했다가 회사 자체가 없어져버렸다. 2억 9천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고 평판까지 떨어져 파산위기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1997년 씨티그룹에 90억 달러에 인수된다.


자기책임을 약화시키고 규제를 촘촘하게 하면 자본시장은 장기적으로 죽는다. 투자상품의 본질상 촘촘하게 규정하거나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 투자상품을 위험, 안전 등으로 분류하자는 말들이 많지만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99.99% 안전하고 0.01% 위험한데 그 위험이 표면화 되었을 때 받는 손실규모가 매우 클 경우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가? 원금손실 확률을 계산하는 데 바탕이 된 분포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이 분포에 근거해서 모델을 만들어 트레이딩을 하다가 망한 사례도 많다.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낮다면 위험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위험값 산정 기준을 1일, 1년, 3년, 5년 어느 단위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금융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위험과 안전의 개념과 규제당국에서 정의하는 위험과 안전의 정의가 일치하는가?


‘자기책임, 원인 제공자의 강력한 처벌, 원칙적인 규제’가 자본시장 감독에는 필요하다. 회색지대는 좋지 않다. 자본시장은 규제는 줄이고 행위자 처벌은 강해야 한다. 어정쩡한 처벌과 어정쩡하게 많은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사고나 실수는 인내하고 가야 한다.


물고기의 군집 움직임은 복잡한 지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순한 원리에 따른다. 동료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동료와 가까이 있으며, 동료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원리에 기초한다. 이 단순한 원리에서 복잡한 집단 지능이 나오는 것이다. 자본시장이 이러하다.


좋은 자본시장은 금융기관, 금융소비자, 감독기관 이 셋 중 어느 하나만 잘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 주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바로 인식하고 실천해가야 한다. 이들이 솥발(鼎)처럼 바로 서야 좋은 자본시장이 된다.


출처 : 오피니언뉴스(http://www.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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