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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재정확대 신중해야 하는 이유 -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관리자
  • 20.06.05
  • 263


매일경제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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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정책효과 낮아

꼭 필요한 곳 쓰였는지 의문


정부 재정지출 늘린 만큼

증세로 메울 땐 최악의 전략


대세는 재정의 확대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진작부터 있었다. 초기에 보수적으로 대응했던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총선 승리를 거치며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전례 없는 규모의 3차 추경과 한국형 뉴딜 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며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예전만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이 칼럼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 특유의 비판 심리가 작용해서인지 최근의 재정 확대 기조에 대해서는 우려가 생긴다. 재정 투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떻게 돈이 쓰이느냐다.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본격화한 이후 가장 주목받은 정책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코로나19 대응책으로는 낙제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주장을 들고나왔을 때만 해도 미온적이던 정부 반응이 변화한 것은 아무래도 미국이 재난지원금 지원을 결정한 게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초기 방역 실패로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실업자 급증에서 보듯 미국은 경제 시스템상 해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나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우리의 지원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이후에 그것도 대면 소비를 촉진하는 한시적 쿠폰 형태로 풀렸다.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졌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데 과연 아무 영향도 없었을까.


경기 진작 효과도 의문스럽다. 코로나19 방역으로 경제의 일부가 폐쇄되는 상황에서 재정정책 효과는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재정 투입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승수효과는 경제주체 간 반복된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데, 상호작용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베이어 등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코로나 정책 중에서 실업수당은 효과가 크지만 재난지원금의 경우는 승수가 0.1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민간소비 구축 효과로 인해 정부가 쓴 돈의 10%만 GDP로 이어지고 나머지는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최적의 재정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재정 투입의 목표는 수요 진작이 아니라 사회적 보험 기능 제공이어야 한다. 둘째, 정책 내용을 사회적 거리 두기 유인과 부합시키는 게 효과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셋째, 지금은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접어둬도 될 때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책 논의는 이 중 세 번째 조언에만 부합하는 듯하다.


꼭 코로나19 상황 때문이 아니더라도 재정 확대에 신중해야 할 이유는 많다. 밸러리 레이미의 서베이에 따르면 누적 재정승수는 대개 0.6~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지출액의 증가분만큼도 GDP를 늘리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뜻이다. 불황기와 대량 실업 상황에는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도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미국과 유럽의 재정승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평가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지출보다는 세금 인하 효과가 크다는 실증연구가 많다는 것이다. 재정지출을 늘리고 증세로 메우려는 전략은 최악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정부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효과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는데, 이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60%를 넘기면 재정승수가 아예 마이너스가 된다. 일부 선진국의 높은 부채비율과만 비교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경제정책이라 해도 경제 논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 투입 확대는 미래를 걸어야 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싶다.



출처: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0/06/57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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