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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33] 임금이 몰래 하고 싶어 하는 것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 관리자
  • 20.05.27
  • 292


조선일보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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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언영색(巧言令色)이란 말은 '논어'에 나온다. 공자는 "교언영색하는 사람 중에 마음속까지 어진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교언영색하는 사람이 다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 어진 사람도 교언영색, 즉 말을 잘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데 그중에 겉만 그렇고 속은 어질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원래 이 말의 저작권은 고대 중국의 주나라 천자 목왕(穆王)에게 있다. 그는 백경(伯冏)이라는 신하를 재상으로 삼으면서 사람을 선발하는 지침을 내려주었는데 그것이 '서경(書經)' 주서(周書)에 실려 있다.


"관리를 선발할 때는 신중해야 하니 교언영색하고 편벽측미(便辟側媚)한 자는 쓰지 말고 길사(吉士)를 쓰도록 하라."


여기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오히려 편벽측미다. 글자 하나하나가 뜻을 갖는다. 편이란 임금이 몰래 하고 싶어 하는 바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고, 벽은 반대로 임금이 속으로 싫어하는 바를 어떻게든 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측이란 간사함이고 미는 아첨하는 것이다. 즉 간신이나 소인의 전형적 모습과 행태다. 반면에 길사란 군자를 말한다. 이 여덟 글자 중에서 요즘 시사(時事)의 문맥에서 눈길이 가는 말은 편벽이다. 한쪽으로 쏠린다는 뜻의 편벽(偏僻)과는 전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갖고 있는 각별한 정이랄까 부채 의식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권 정치인들이 개원(開院)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한명숙 9억원 뇌물 수수 사건' 재조사를 경쟁적으로 입에 올리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유죄 사건을 무죄라고 강변하고 나선 것이다. 총선 승리에 도취돼 자신들은 못 할 것이 없다고 확신하지 않는 한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떠 공수처가 이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편벽(偏僻)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편벽(便辟)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법치는 야금야금 잠식돼 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6/20200526046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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