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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선별적 재난지원금이 옳은 이유 - 권남훈 경제센터장,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관리자
  • 21.02.19
  • 37

매일경제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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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인당 1200弗 뿌린 美
고소득층 소비에 영향 못미쳐
한국서도 동일한 연구 결과
정치 고려로 현실 덮어선 안돼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일은 흔하다. 경제학자들만 재미있어 하는 시시한 농담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경제학의 제1법칙은 한 경제학자가 있으면 정확히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학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2법칙은 두 사람 다 틀렸다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경제학자들은 이런 농담이 자신들의 직업을 비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잡한 경제를 설명하는 단순한 정답은 대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고에 집착하지 않는 열린 자세는 좋은 경제학자의 조건이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이달 초 미국에서는 로런스 서머스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서 논란이 일었다. 서머스가 누구인가.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장을 맡았고, 코로나19 이전부터 세계 경제를 구조적 경기 침체 상황으로 보아 과감한 재정정책 필요성을 역설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규모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가능성을 경고했다. 인프라스트럭처와 교육 등 정부 투자가 필요한 부문이 많은데 지출 능력을 소진시키는 것에도 걱정을 표했다. 당장 백악관과 민주당 내에서는 서머스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설령 인플레가 일어나더라도 충분한 대비 수단을 갖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서머스는 왜 이런 우려를 제기했을까. 부양책의 규모가 워낙 크기도 하지만 이번 부양책으로 1인당 총액 2000달러에 달할 추가 현금 지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이유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작년 코로나19 초기에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한 바 있다. 그런데 다수의 실증분석 결과는 보편적 현금 지원이 비효율적이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라지 체티 하버드대 교수 등은 1차 현금 지원이 저소득층의 소비는 늘렸지만 고소득층 소비에는 거의 영향이 없었음을 밝혔다. 피해가 큰 업종일수록 고소득층 소비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간접적 효과도 작았다. 앨런 아우어바흐 UC버클리 교수 등은 코로나 시기의 재정지출 효과가 소비성향 증가보다는 고용 유지를 통해 주로 나타남을 발견했다. 그런데 경제활동이 억압되는 거리 두기 상황에서 이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 두 연구 모두 현 상황에서 보편적 현금 지원이나 광범위한 재정지출보다 저소득층과 피해 업종 중심의 지원이 유효함을 보여준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 5일 한국에서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는 작년에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이 여섯 개나 발표됐다. 학자들은 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에 대해 24%에서 78%까지로 다양한 결과를 제시했다. 추정치 범위가 너무 넓다고 생각되는 면은 있다. 혹시 연구자의 선입견이나 실수가 개입된 경우가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연구들이 가리키는 사실들은 있다. 첫째, 금융자산이 부족한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에 대한 효과는 작았다는 것이다. 둘째, 방역으로 인한 타격이 큰 업종과 지역일수록 지원금의 실질적 효과가 작았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연구에 따라 명확하게 드러나거나, 적어도 반증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연구 결과들과도 일관되는 것이다.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진행되면서 보편이냐 선별이냐의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2차와 3차를 통해 선별지원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흐름이 달라진 이유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가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을 더욱 세밀하고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적어도 코로나에 지친 국민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식의 국민을 무시하는 접근은 없었으면 한다.



출처: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2/159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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